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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대학교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행동경제학 기말과제 맥베스의 비합리적 의사결정 분석과 개선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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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보고서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경제학과 행동경제학 교과의 기말 추가과제로 작성한 것이다. 과제는 드라마·영화·문학의 등장인물을 자유롭게 선택해 그 인물의 말과 행동에 나타난 비합리성을 수업에서 배운 개념으로 분석하고, 이를 개선할 방안을 일반론과 구체적 상황 양쪽에서 논하라는 것이다. 분석 대상으로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의 주인공 맥베스를 택하였다. 맥베스는 권력을 향한 욕망 속에서 짧은 시간에 수많은 판단을 내리며, 그 판단의 거의 모든 단계에서 어림법(휴리스틱)과 인지 편향, 인지적 부주의가 선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방통대 행동경제학 수업에서 다룬 표준적 합리성 가정과의 거리를 측정하기에 더없이 적합한 사례라 판단하였다.

전통적 경제학은 인간을 완전한 정보 아래에서 자기 효용을 일관되게 극대화하는 합리적 행위자, 곧 '경제적 인간(homo economicus)'으로 가정한다. 그러나 실제 인간은 제한된 인지 자원과 시간, 그리고 감정의 영향 속에서 결정을 내리며, 이때 복잡한 계산을 줄여 주는 지름길인 어림법에 의존한다. 어림법은 일상에서 대체로 유용하지만, 체계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향의 오류, 즉 편향을 낳는다. 맥베스의 판단을 합리적 행위자 모형과 대조해 보면 그 어긋남이 어디서 비롯되는지가 또렷해진다. 아래에서는 정박 효과, 대표성·가용성 어림법, 손실 회피와 매몰비용 오류, 확증 편향과 통제의 착각, 프레이밍과 감정 어림법의 순서로, 한 인물의 비극 안에 여러 비합리성이 어떻게 겹쳐 작동하는지를 단계별로 분석한다.

(1) 맥베스의 비합리적 판단 분석

정박 효과와 마녀의 예언

맥베스의 비극은 황야에서 마녀들이 던진 예언에서 시작된다. 마녀들은 그를 "글래미스의 영주", "코더의 영주", 그리고 "장차 왕이 되실 분"이라 부른다. 곧 코더의 영주 작위가 실제로 내려오자, 맥베스의 머릿속에는 "나는 왕이 된다"는 명제가 하나의 기준점(anchor)으로 단단히 박힌다. 정박 효과(anchoring effect)는 트버스키와 카너먼(Tversky & Kahneman, 1974)이 제시한 개념으로, 처음 주어진 정보가 닻처럼 작용해 이후의 모든 판단이 그 값에 끌려가는 현상이다. 맥베스는 예언이라는 닻에서 출발해 조정(adjustment)을 충분히 하지 못한다. "예언이 사실이라면 어느 정도까지가 사실인가", "왕위는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오는가, 아니면 내가 손을 써야 오는가"라는 합리적 재조정 대신, 그는 닻 주변에서만 사고하며 곧장 "그렇다면 어떻게 왕이 될 것인가"라는 실행의 문제로 건너뛴다. 출발점이 판단 전체를 지배해 버린 전형적 사례다.

대표성 어림법과 표본 무시

맥베스가 예언을 그토록 빠르게 신뢰한 데에는 대표성 어림법(representativeness heuristic)이 작동한다. 대표성 어림법은 어떤 사건이 특정 범주의 '전형'에 얼마나 닮았는지로 확률을 판단하고, 정작 기저율(base rate)이나 표본의 신뢰성은 무시하는 경향이다. 코더 영주 예언이 적중했다는 단 한 번의 사례는, 그것이 우연인지 인과인지 가릴 만한 표본이 못 된다. 그러나 맥베스는 "한 가지가 맞았으니 나머지도 맞을 것"이라는 전형성 판단으로 곧장 비약한다. 작은 표본 하나를 전체 진실의 대표로 받아들이는 것은 '작은 수의 법칙'에 해당하는 오류로, 예언이라는 모호한 정보의 신뢰도를 과대평가하게 만든다. 마녀라는 출처의 동기나 모호한 언어의 다의성을 검증하지 않은 채, 표면적 적중 하나만으로 전체 메시지의 진실성을 단정한 것이다. 합리적 행위자라면 "예언이 맞을 사전 확률은 얼마인가", "이 출처가 과거 얼마나 정확했는가"를 따져 신뢰도를 보정했겠지만, 맥베스는 인상적인 적중 장면이 주는 생생함에 압도되어 그러한 보정 과정을 통째로 생략한다.

가용성 어림법과 머릿속 왕관

대표성과 더불어 맥베스에게는 가용성 어림법(availability heuristic)도 작동한다. 트버스키와 카너먼(Tversky & Kahneman, 1973)이 제시한 가용성 어림법은 어떤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을, 그 사건이 머릿속에 얼마나 쉽게 떠오르는지로 가늠하는 경향이다. 예언을 들은 직후 맥베스의 상상 속에는 왕관을 쓴 자신의 모습이 너무도 또렷하고 손쉽게 떠오른다. 그는 곧바로 "내 머리카락을 곤두서게 하고 심장을 갈비뼈에 부딪치게 하는" 살해의 환상에 사로잡힌다. 이렇게 선명하고 즉각적으로 인출되는 심상은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날 확률이 높다는 착각을 빚어낸다. 반면 시해가 불러올 발각, 보복, 양심의 가책 같은 부정적 결과는 즉각적 이미지로 떠오르지 않기에 과소평가된다. 떠올리기 쉬운 보상은 부풀려지고 떠올리기 어려운 위험은 깎이는, 가용성에 따른 비대칭적 평가가 그의 효용 계산을 처음부터 왜곡한 것이다.

손실 회피와 매몰비용 오류

던컨 왕을 시해한 뒤 맥베스의 행동은 손실 회피(loss aversion)와 매몰비용 오류(sunk cost fallacy)로 설명된다. 손실 회피는 같은 크기라면 이득의 기쁨보다 손실의 고통을 훨씬 크게 느끼는 비대칭적 심리로, 이미 손에 쥔 왕관을 잃는다는 상상이 새로운 평온을 얻는 가치보다 압도적으로 무겁게 다가온다. 그래서 그는 "이만 멈추고 죄책감을 안고 살아갈 것인가"를 합리적으로 저울질하지 못한다. 여기에 매몰비용 오류가 겹친다. 그는 "나는 이미 피의 강을 절반이나 건넜으니, 되돌아가는 것이 계속 건너가는 것만큼이나 지겹다"는 취지로 독백한다. 이미 흘린 피, 즉 회수 불가능한 매몰비용이 앞으로의 합리적 선택을 가로막는 근거로 둔갑한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과거 비용은 미래 의사결정에서 고려 대상이 아니어야 함에도, 맥베스는 "여기서 멈추면 그 피가 헛것이 된다"는 심리에 묶여 뱅쿠오와 맥더프 가족을 향한 추가 살해로 손실을 키운다. 손실을 회피하려는 동기가 오히려 더 큰 손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다.

확증 편향과 통제의 착각

극 후반 맥베스는 마녀들을 다시 찾아가 "여자가 낳은 자는 맥베스를 해치지 못한다", "버넘 숲이 던시네인 언덕으로 오기 전에는 패하지 않는다"는 새로운 예언을 듣는다. 그는 자신이 믿고 싶은 이 결론을 지지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반증 가능성은 외면한다. 이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의 전형이다. '여자가 낳지 않은 자'나 '숲이 움직이는 일'이 현실에서 어떤 형태로 성립할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반박해 보는 대신, 그는 문자 그대로의 불가능성만 붙들어 "나는 무적"이라는 결론을 강화한다. 동시에 통제의 착각(illusion of control)이 작동한다. 예언의 해석권과 자신의 운명이 전적으로 자기 손안에 있다고 과신하여, 실제로는 통제 불가능한 변수(맥더프의 출생 비밀, 위장한 병사들이 든 나뭇가지)를 자기 통제 범위로 잘못 산정한다. 인지적 부주의(cognitive inattention)도 두드러진다. 그는 예언의 언어가 지닌 은유적·중의적 함정에 주의 자원을 거의 배분하지 않은 채, 듣기 좋은 문자적 의미에만 인지를 집중한다. 정보가 모호할수록 깊은 검토(시스템 2)가 필요하지만, 그는 직관적이고 빠른 처리(시스템 1)에 의존해 위안만을 취한다.

프레이밍과 감정 어림법

마지막으로 맥베스 부인이 남편을 설득하는 장면에는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가 작동한다. 부인은 시해 주저를 '겁쟁이', '남자답지 못함'이라는 부정적 틀로 재구성하고, 왕위를 '용기 있는 자만이 거머쥐는 보상'이라는 틀로 제시한다. 동일한 행위가 '비열한 살인'이 아니라 '대담한 결단'으로 프레이밍되면서 맥베스의 선택 효용이 뒤바뀐다. 또한 그는 야망과 두려움이라는 격한 감정 상태에서 판단하는데, 이는 감정 어림법(affect heuristic)에 해당한다. 감정이 고조되면 위험은 과소평가되고 기대 보상은 과대평가되어, 살해의 위험·비용을 냉정히 계산하지 못하게 된다.

(2) 비합리성 개선 방안

일반론적 관점에서의 개선

이러한 비합리성을 줄이는 일반적 방법은 빠른 직관(시스템 1)에 의존한 판단을 의도적으로 느린 숙고(시스템 2)로 전환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첫째, 정박 효과에 대해서는 '복수의 기준점 설정'이 효과적이다. 하나의 출발 값에 갇히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반대 방향의 시나리오를 함께 떠올려 판단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둘째, 대표성 어림법과 작은 표본의 함정에 대해서는 '기저율로 돌아가기'를 습관화한다. 인상적인 한 사례가 아니라 전체 빈도와 표본의 신뢰도를 먼저 확인하도록 점검 질문을 두는 것이다. 셋째, 매몰비용 오류에 대해서는 '제로 베이스 사고'를 권한다. "지금까지 들인 것을 모두 잊는다면, 오직 앞으로의 비용과 편익만 볼 때 이 선택을 새로 시작하겠는가"라는 질문이 회수 불가능한 과거에서 시선을 떼어준다. 넷째, 확증 편향에 대해서는 '반증 탐색'을 제도화한다. 자기 결론을 강화하는 증거가 아니라 무너뜨릴 증거를 일부러 찾고, 반대 입장을 변호하는 '악마의 변호인'을 두는 것이다. 다섯째, 프레이밍과 감정 어림법에 대해서는 '재프레이밍'과 '냉각기'가 유효하다. 동일한 선택을 이득·손실 양쪽 틀로 모두 서술해 보고, 감정이 격할 때는 결정을 미루어 감정이 가라앉은 뒤 다시 검토한다. 사전에 결정 규칙과 철회 조건을 정해 두는 사전 약속(commitment device)도 충동적 비합리성을 막는 일반적 장치다.

맥베스의 구체적 상황에 적용

이를 맥베스의 처지에 대입해 보면 개선 지점이 분명해진다. 정박 효과를 깨려면, 그는 "왕이 된다"는 닻을 받아들이기 전에 "예언은 내 행동과 무관하게 실현될 수도 있다"는 반대 시나리오를 함께 검토했어야 한다. 실제로 같은 예언을 들은 뱅쿠오는 즉각 살해를 떠올리지 않았으니, 동일 정보에서도 다른 조정이 가능했음을 보여 준다. 대표성의 함정에는 기저율 점검이 필요하다. "코더 예언이 한 번 맞았다"는 사실만으로 마녀를 신뢰하기보다, 마녀라는 출처가 모호한 말로 사람을 오도한 전례, 즉 표본의 신뢰도를 먼저 따졌어야 한다.

매몰비용 오류에는 제로 베이스 질문이 약이 된다. 던컨을 시해한 직후, "이미 흘린 피"를 잊고 오직 앞으로의 안전과 평온만 따졌다면 추가 살해는 편익보다 위험이 컸다는 결론에 이르렀을 것이다. 확증 편향과 통제의 착각에는 반증 탐색이 결정적이다. "여자가 낳지 않은 자"와 "움직이는 숲"이 은유로 성립할 경로를 적극적으로 상상했다면, 맥더프의 출생과 위장 병력의 가능성을 미리 방비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맥베스 부인의 '겁쟁이' 프레이밍 앞에서, 그는 동일한 결정을 '무고한 왕을 죽여 평생 죄책감과 불안을 떠안는 손실'이라는 틀로 다시 서술하고, 격한 설득의 밤이 지난 뒤 냉정한 아침에 재검토하는 냉각기를 가졌어야 한다.

가용성 어림법에 대해서도 처방이 있다. 머릿속에 손쉽게 떠오르는 왕관의 심상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일부러 잘 떠오르지 않는 결과까지 목록으로 적어 보는 '결과의 외재화'가 도움이 된다. 발각, 반란, 평생의 불면 같은 비가시적 위험을 종이 위에 끄집어내어 보상과 같은 무게로 나란히 놓았다면, 선명한 환상 하나가 판단을 독점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나아가 맥베스에게 가장 결정적이었을 장치는 신뢰할 만한 외부 조언자의 존재다. 그는 비밀을 부인하고만 공유함으로써 자신의 편향을 더욱 증폭하는 반향실에 스스로를 가두었다. 이해관계가 다른 제3자가 곁에서 반대 신문을 던질 수 있었다면, 시스템 1의 폭주를 시스템 2가 제동하는 외부 교정 장치가 작동했을 것이다.

정리하면 맥베스의 파멸은 운명이 아니라, 직관적이고 감정적인 빠른 판단에 의사결정을 통째로 맡긴 결과다. 닻을 의심하고, 기저율로 돌아가고, 매몰비용을 끊어 내고, 반증을 찾고, 틀을 바꿔 보는 숙고 장치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작동했다면, 비극의 경로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교정이 비범한 천재성이 아니라 절차의 문제라는 점이다. 결정의 속도를 늦추고, 반대 증거를 의무적으로 찾고, 회수 불가능한 과거를 셈에서 제외하는 규칙을 미리 정해 두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편향은 상당 부분 통제된다. 행동경제학의 가르침은 인간이 비합리적이라는 사실의 확인에 그치지 않고, 그 비합리성을 알아채고 설계로 보완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있다. 맥베스의 비극은 그 가능성을 외면한 인간이 치르는 대가를, 가장 극적인 형태로 보여 주는 사례라 하겠다.

참고문헌

  1. 김상수, 이병윤. (2025). 『행동경제학』. 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문화원.
  2. Tversky, A., & Kahneman, D. (1974). Judgment under uncertainty: Heuristics and biases. Science, 185(4157), 1124–1131.
  3. Tversky, A., & Kahneman, D. (1973). Availability: A heuristic for judging frequency and probability. Cognitive Psychology, 5(2), 207–232.
  4. Shakespeare, W. (2005). Macbeth (Original work published 1623). Oxford Universi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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