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방송통신대학교

한국 청년 불평등, 왜 ‘장벽사회’로 느껴질까

728x90
반응형
728x170

한국 사회에서 청년 세대의 불평등 경험은 점점 더 구체적이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표출되고 있다. 취업, 주거, 결혼·출산과 같은 생애 이행의 관문에서 “기회의 문턱이 너무 높다”는 체감이 반복되며, 정치와 선거 의제에도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중이다. 이 글은 사회학 교재의 핵심 개념과 서울연구원이 제시한 ‘장벽사회’ 진단을 함께 읽어, 한국 청년 불평등의 원인과 특성을 정리하고, 이에 대한 필자의 견해를 덧붙인다.

1) 사회를 바라보는 세 가지 관점으로 본 청년 불평등

구조기능주의의 시각

구조기능주의는 사회를 상호의존적 기능을 수행하는 체계로 본다. 이 관점에서 청년 불평등은 제도의 기능적 균형이 깨진 결과로 읽힌다. 예컨대 교육은 능력에 따른 선발과 사회화라는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데, 과도한 스펙 경쟁과 졸업 후 미스매치가 누적되면 선발의 정당성(‘공정성’)이 약화되고, 그 균열이 고용·주거로 연쇄 전이된다. 해법은 제도의 기능 복원이다. 채용의 직무적합성 강화, 인턴·수습의 표준화, 교육과 노동시장의 연결고리(현장실습, 지역-대학-기업 연계)의 촘촘화가 여기에 해당한다.

갈등이론의 시각

갈등이론은 사회를 희소한 자원을 둘러싼 집단 간 힘의 관계로 본다. 청년에게 체감되는 불평등은 단지 ‘개인 성취의 부족’이 아니라, 자산·학력·조직 내부 규칙을 통해 기득권이 유리한 게임 규칙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높은 전·월세 진입장벽, 내부 추천과 폐쇄적 네트워크가 강화된 채용 관행, 비정규와 플랫폼 노동으로 대표되는 이중구조가 전형적인 사례다. 해법은 권력과 자원의 재분배다. 임금·고용안정 장치, 사회보험 사각지대 축소, 자산형성 지원, 공정한 경쟁 규칙의 제도화가 핵심으로 제시된다.

상징적 상호작용론의 시각

상징적 상호작용론은 사람들이 상징과 의미를 주고받는 상호작용 과정에서 현실이 구성된다고 본다. 청년 불평등은 ‘낙인’과 ‘기대’의 상호작용 속에서 강화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스펙이 약하면 조직 적합성이 낮다’는 암묵 규범, 전공·학교 간 위계에 따라 달라지는 자기평가와 면접 상호작용, 실패 이력에 대한 낙인 등이 실제 기회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공정성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평가 방식의 투명화, 익명·블라인드 절차의 엄정한 집행은 상징 질서를 바꾸는 실천이다.

2) 사회적 상호작용·집단·조직: 문턱은 어디에서 생기나

청년의 일상은 1차 집단(가족·친구), 2차 집단(대학·회사), 준거집단(동일시하는 롤모델 집단), 그리고 관료제·네트워크 조직을 가로지르며 전개된다. 취업 국면에서 내집단·외집단 경계와 준거집단의 규범(“이 정도 스펙은 기본”)이 상호작용을 통해 확산되면, 불평등은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당연한 기준’으로 굳어진다. 더불어 관료제의 규칙성과 네트워크 조직의 유연성은 각각 다른 방식의 문턱을 만든다. 전자는 자격·서류 규칙, 후자는 비공식 추천과 사회적 자본의 격차다. 이러한 상호작용과 조직 논리를 이해할 때, 공정한 기회 설계(공개경쟁 + 보완적 타깃 지원), 추천제 투명화, 면접·과제평가의 표준화 같은 세밀한 제도 디자인의 필요성이 드러난다.

3) 사회불평등과 계급·계층 이론으로 본 한국 청년의 ‘막힘’

마르크스는 생산수단 소유 여부를 기준으로 계급을 설명했지만, 베버는 계급(경제), 지위(위신), 권력(정치)을 함께 보아야 한다고 했다. 오늘의 청년 불평등은 이 세 차원이 얽혀 강화된다. 같은 소득이라도 부모 자산(경제), 학벌·인맥(지위), 조직 내 의사결정 접근성(권력)이 결합하며 출발선과 중간 관문에서 차이를 만든다. 즉, 소득 격차만으로는 ‘체감되는 장벽’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고, 지위경쟁과 네트워크 권력이 함께 작동한다. 정책이 소득 이전에만 머물면 체감이 낮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4) 서울연구원의 ‘장벽사회’ 진단: 청년이 만나는 다차원 장벽

서울연구원 보고서는 한국 사회가 청년에게 여러 차원의 문턱을 겹겹이 쌓아 올린 ‘장벽사회’에 가까워졌다고 진단한다. 소득·자산, 교육과 노동시장, 주거와 가족형성의 각 영역에서, 객관 지표와 주관 인식이 함께 악화되며 “이행기”의 불확실성과 부담이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지위경쟁을 통과한 소수”와 “경쟁에서 배제되거나 주변화된 다수” 사이의 간극이 커졌고, 청년 내부의 이질성 때문에 장벽의 체감은 집단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보고서는 자산·주거의 초기 진입장벽 완화, 비정규·플랫폼 노동 보호, 표준 경력경로의 복원과 다원화, 정신건강·사회안전망 강화, 세대·계층 간 연대 기반의 거버넌스를 과제로 제시한다.

5) 종합: 제도 수선, 권력 재배치, 상징 질서의 전환이 함께 가야 한다

  • 제도 수선(구조기능주의): 교육-고용-주거의 선순환을 복원하려면, 직무기반 채용과 공정한 인턴 규칙, 초임·주거비 부담을 낮추는 입문기 지원, 지역 기반 경력사다리(지자체-대학-기업 연계)가 필요하다.
  • 권력·자원 재배치(갈등이론): 플랫폼·특고 보호,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사회보험 전면편입, 초기 자산형성(청년·신혼 주거 보조, 매칭형 저축)은 게임 규칙을 바꾸는 조치다.
  • 상징 질서 전환(상징적 상호작용론): 평가·의사소통 규범을 바꾸어야 체감이 달라진다. 블라인드 채용의 엄정한 이행, 면접·과제평가의 기준 공개, 실패 경로를 페널티가 아닌 ‘경험 자산’으로 인정하는 문화가 중요하다.
  • 집단·조직 설계: 내부 추천의 기록·검증 의무화, 네트워크 의존 절차의 투명성 제고, 중소·스타트업을 포함하는 공공-민간 연합형 인재 순환 프로그램은 ‘숨은 문’을 ‘공개된 출입구’로 바꾸는 장치다.
  • 계층 사다리 복원: 소득 이전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위와 권력의 접근성—예컨대 정보·추천·멘토링—을 제도적으로 확장해야 사회이동이 실제로 가능해진다.

6) 필자의 생각: “기회의 첫 단추”와 “평가의 언어”를 바꾸자

한국 청년이 느끼는 불평등의 핵심은 단지 결과의 격차가 아니라, 첫 단추를 끼우는 입구에서부터의 불균등과, 그 이후 평가 과정의 모호함이다. 그래서 정책의 초점은 두 가지에 맞춰야 한다.


첫째, 입문기 장벽을 낮추는 선택과 집중이다. 초기 자산·주거·교육·경력의 ‘엔트리 패스’를 설계해, 최소한의 안전망 속에서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평가의 언어를 재구성해야 한다. 학벌·스펙이 아닌 실제 능력과 성과를 측정하는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상호작용 과정의 낙인을 줄이는 커뮤니케이션 규칙을 제도화해야 한다.
청년 불평등은 단일 원인이 아니라, 제도·권력·의미가 얽힌 결과다. 그렇다면 해법 역시 세 축을 동시에 밀어붙이는 정교한 조합이 되어야 한다.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