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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대학교

스페인 독감 vs 코로나19 확산과 사망자수 비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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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기 사이, 인류는 두 번의 거대한 호흡기 감염 팬데믹을 겪었습니다. 1918년의 스페인 독감과 2019년 이후의 코로나19는 모두 전 세계를 멈춰 세웠지만, 확산 양상과 사망자수에선 뚜렷한 차이를 남겼습니다. 이 글은 두 팬데믹을 숫자와 맥락으로 비교하고, 그 차이를 만든 결정적 요인이 무엇인지 과학기술의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풀어봅니다.

두 팬데믹의 규모를 간단히 정리

  • 스페인 독감(1918–1919)은 당시 세계 인구의 약 3분의 1인 5억 명가량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고, 전 세계 사망은 최소 수천만 명으로 계산됩니다.
  • 코로나19(2019– )의 경우, 전 세계 공식 집계 사망자는 수백만 명을 넘었고, 2020–2021년의 초과사망 추정치는 1천만 명대 중반으로 평가됩니다. 또한 누적 확진자 수는 수억 건에 달합니다.
    핵심만 요약하면, 1918년은 감염 규모와 치명률이 동시에 극단적으로 높았고, 코로나19는 감염 규모는 더 컸지만 치명률은 상대적으로 낮아졌습니다(다만 초과사망을 보면 실제 부담은 크게 나타납니다).

확산의 동력: 전쟁 시대의 ‘느리고 거대한’ 이동 vs 항공 시대의 ‘빠르고 장거리’ 이동

1918년의 바이러스는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병력·물자 이동과 과밀한 병영·도시 환경을 타고 퍼졌습니다. 철도와 선박이 중심이었기에 오늘날보다 속도는 느렸지만, 전선과 도시를 오가는 대규모 인구 이동이 감염을 확실하게 확산시켰습니다.


반면 코로나19는 초연결 항공 네트워크의 시대에 등장했습니다. 팬데믹 직전인 2019년, 전 세계 항공여객은 수십억 명 규모였고, 초기부터 국제선 항공편을 통해 각국으로 증례가 빠르게 “수출”되었습니다. 이동 제한과 검역이 확산을 늦추는 데 도움은 줬지만, 전 세계적 확산을 완전히 막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사망자수의 격차를 만든 과학기술의 100년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 팬데믹인데도 사망자수는 왜 그렇게 달랐을까요? 답은 진단·치료·백신·감시 체계 전반에서의 기술적 진보에 있습니다.

1) 2차 세균성 폐렴과 항생제의 존재

스페인 독감 대량 사망의 상당 부분은 인플루엔자 후속 세균성 폐렴이었습니다. 문제는 당시 항생제가 없었다는 것. 페니실린의 발견은 1928년이지만, 정제·대량생산과 임상 적용은 1940년대에야 본격화되었습니다. 오늘날은 항생제, 폐렴구균 백신, 중환자 관리 역량이 2차 감염의 치명률을 크게 낮춥니다.

2) 진단기술의 속도: 유전체 공개와 RT-PCR의 즉시 전개

코로나19에서는 병원체의 유전체가 공개된 지 며칠 만에 RT-PCR 프로토콜이 확립되어 대규모 검사·격리가 가능해졌습니다. 1918년에는 바이러스의 존재를 분자 수준에서 확인하고 추적할 도구 자체가 없었습니다. 진단 속도의 격차는 곧 의사결정 속도의 격차로 이어졌습니다.

3) 백신 R&D 플랫폼 혁신: mRNA의 ‘설계-제조’ 가속

코로나19 백신은 유전체 정보만 있으면 설계가 가능한 mRNA 플랫폼 덕분에 역사적으로 이례적인 속도로 개발·승인되었습니다. 이는 중증과 사망을 유의미하게 줄이며 치명률 하락에 직접 기여했습니다. 1918년에는 인플루엔자 백신 자체가 없었습니다.

4) 중환자 치료와 임상 근거의 집적

고유량 산소요법, 비침습 환기, 기계환기, ECMO 등 단계적 호흡 보조와 함께, 덱사메타손 같은 저비용 스테로이드의 임상적 이득이 무작위대조시험으로 조기에 입증되어 표준치료에 자리 잡았습니다. 즉, 동일한 호흡기 증후군이라도 오늘날의 병원은 1918년에 비해 훨씬 다양한 치료 옵션과 근거 기반 프로토콜을 갖췄습니다.

5) 데이터·유전체 감시·공중보건 의사소통

실시간 대시보드, 초과사망 분석, 변이 감시 체계(GISAID 등), 임상 가이드라인이 신속히 공유되면서 국가·지역 단위 대응이 이전과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빨라졌습니다. 정보의 속도와 투명성이 사망자수 억제에 간접적이지만 큰 몫을 했습니다.

정리: 같은 팬데믹이지만 다른 결과

  • 확산 경로는 1918년엔 전쟁이라는 특수 상황, 2020년엔 항공 네트워크라는 상시 전 지구적 연결이 좌우했습니다.
  • 확산 속도는 오늘날이 더 빠르지만, 진단·정보 공유·의료 대응 속도도 그만큼 빨라졌습니다.
  • 사망자수의 격차는 항생제 존재 여부, 백신 개발 속도, 중환자 치료 역량,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등에서 갈린 결과입니다.
    결국 “바이러스의 속도”를 이기는 길은 “과학의 속도”를 더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다음 팬데믹에서도 조기 유전체 공유, 표준화된 진단, 플랫폼 백신, 항생제 내성 관리, 실시간 데이터 소통이 생명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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