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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대학교

영화 관람의 본질, 이중의 동일시와 능동적 수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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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볼 때 우리는 단순히 화면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새 영화 속 시선과 인물의 감정에 스며듭니다. 이 글은 그 현상을 설명하는 핵심 개념인 이중의 동일시를 먼저 정리하고, 이어서 오늘의 영상 커뮤니케이션 환경에서 점점 더 중요해진 수용자의 능동성이 실제 콘텐츠의 전개와 의미 구성에 어떻게 개입하는지 대표 사례로 분석합니다.

1. 이중의 동일시 개념과 특징

이중의 동일시는 크게 두 층위로 나뉩니다.
첫째, 장치(카메라)에 대한 1차 동일시입니다. 관객은 화면을 구성하는 카메라의 시선과 자신을 겹치며, 세계를 “보게 하는” 보이지 않는 주체의 자리에 앉습니다. 이때 관객은 렌즈의 초점과 움직임, 프레이밍, 편집 리듬을 통해 세계를 체험하며, 그 체험 자체가 이미 해석의 방향을 부분적으로 규정합니다.

 

둘째, 등장인물에 대한 2차 동일시입니다. 카메라의 시선 위에 올라탄 관객은 특정 인물의 욕망·갈등·관점을 따라가며 정서적 접속을 강화합니다. 시점 숏, 숏/역숏, 클로즈업, 내레이션 같은 장치는 인물과 관객 사이의 감정 회로를 단단히 묶어 줍니다. 반대로 4벽 깨기나 카메라 응시처럼 장치를 노출하는 연출은 1차 동일시의 마법을 일부러 깨뜨려 비판적 거리를 회복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중의 동일시는 감정이입을 자동으로 보장하는 장치가 아니라, 연출과 문법이 정교하게 맞물릴 때 강하게 작동합니다. 같은 사건도 어떤 렌즈를 쓰고, 어디에 초점을 맞추며, 어떤 컷의 길이로 이어 붙이느냐에 따라 관객의 감각과 판단이 크게 달라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한편 이 개념을 둘러싼 학술적 논의에서는 1차와 2차가 시간적으로 구분되는지, 혹은 사실상 동시에 작동하는지에 대한 이견도 제기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실제 감상 경험에서 두 층위가 상호강화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에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핵심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관객은 먼저 카메라의 자리(보는 주체)에 앉는다.
  • 그다음 인물의 자리(보이는 대상)에 감정적으로 접속한다.
  • 이 두 층위가 얽히며 몰입과 해석의 방향이 형성된다.
  • 장치를 노출하거나 시선을 전복하는 연출은 동일시를 흔들어 비판적 인식을 유도한다.

2. 능동적 수용자의 부상: 이론과 현실

2.1 왜 능동성이 중요한가

오늘의 수용자는 메시지를 수동적으로 받기만 하지 않습니다. 제작자가 인코딩한 의미는 수용 단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디코딩’되며, 지배적·교섭적·대항적 해석이 공존합니다. 더 나아가 참여문화의 맥락에서는 관객이 의미의 공동 생산자이자 확산자, 때로는 2차 저작자로 기능합니다. 이때 능동성은 두 차원에서 드러납니다.

  • 해석의 능동성: 텍스트와 맥락을 교섭하며 자신만의 의미를 구성
  • 생산의 능동성: 댓글, 밈, 팬아트·팬픽, 리믹스, 데이터 수집·정리 등을 통해 2차 텍스트를 제작·유통

결과적으로 의미는 일방향 전달이 아니라, 플랫폼과 커뮤니티를 매개로 한 상호작용 속에서 동적으로 생성됩니다.

2.2 사례 분석 ① 인터랙티브 영화의 분기 서사

인터랙티브 영화는 선택이 곧 서사가 되는 장르입니다. 대표작의 설계를 보면, 분기 구조를 시각화하고 관리하는 전용 도구, 선택 시 끊김 없는 재생을 위한 스트리밍 로직, 플레이형 시청 경험을 위한 인터페이스가 결합되어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선택이 단순 장치가 아니라 주제의식과 결합할 때 의미의 층위가 깊어진다는 사실입니다. 예컨대 자유의지와 통제라는 주제를 다루는 작품이라면, 관객의 선택 경험 자체가 그 주제를 체화하도록 설계됩니다. 분기 수, 촬영 분량, 엔딩의 다양성, 숨겨진 경로 등은 모두 관객의 개입이 내러티브 결과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게끔 만드는 장치입니다.

 

이러한 포맷은 이중의 동일시에도 변화를 줍니다. 관객은 여전히 카메라와 인물에 동일시하지만, 동시에 선택이라는 메커니즘에 동일시합니다. 즉, 관객은 이야기 밖에서 레일을 바꾸는 운용자이자, 이야기 안에서 인물의 감정에 호응하는 참여자로 이중의 위치를 점합니다.

2.3 사례 분석 ② 집단 참여가 서사를 재구성하는 라이브 스트리밍

라이브 스트리밍 기반의 집단 플레이 실험에서는 수만 명의 시청자가 채팅 명령으로 하나의 캐릭터를 동시에 조종하며, 무질서 속에서도 협업 규칙과 관습을 만들어 갑니다. 관객은 더 이상 “보는 사람”이 아니라 “입력하는 사람”이고, 그 입력이 곧 텍스트를 전개시키는 동력이 됩니다. 커뮤니티는 특정 아이템과 캐릭터에 상징을 부여하고 신화적 내러티브를 생성하며, 팬아트·밈·위키 등 2차 생산물로 세계관을 확장합니다. 이런 재맥락화는 원본 텍스트의 의미를 고정시키지 않고, 실시간 담론 속에서 지속적으로 다시 쓰게 만듭니다.

 

연구들은 이 집단적 상호작용을 군집·무리 모델로 분석하거나, 투표 모드와 무정부 모드의 전환에서 의사결정 동학을 탐구하기도 합니다. 정량·정성 연구가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참여가 단순한 외부 반응이 아니라 텍스트 내부의 규칙과 서사를 실질적으로 바꾸는 행위라는 점입니다.

3. 종합과 시사점

전통적 극영화는 이중의 동일시를 통해 관객을 몰입시키고, 디지털 환경은 그 관객을 의미의 공동 제작자로 끌어올립니다. 선택형 인터랙션은 관객의 결정을 이야기의 분기로 환산하고, 집단 참여형 스트리밍은 입력 자체를 텍스트의 일부로 편입합니다. 결국 오늘의 관객은 카메라와 인물에 동일시하는 존재를 넘어, 서사와 의미를 함께 만드는 능동적 주체입니다.

 

교육·비평·제작 실무의 관점에서 다음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 연출자는 동일시의 두 층위를 의식적으로 설계하되, 장치 노출과 시선 전복을 통해 비판적 관람의 여지도 함께 설계한다.
  • 플랫폼 설계자는 선택·입력·협업 로직을 통해 참여가 즉시 서사에 반영되도록, 기술·UX·저작도구를 통합적으로 고안한다.
  • 평론과 연구는 텍스트 내부의 장면분석을 넘어, 커뮤니티 상호작용과 2차 생산물이 만드는 외부 서사까지 분석 범위를 확장한다.

결론

이중의 동일시는 왜 우리가 영화에 빠져드는지를 설명하는 견고한 틀입니다. 거기에 참여문화가 더해진 오늘의 환경에서는 “본다”는 행위가 “함께 만든다”는 행위로 확장됩니다. 앞으로의 영상 커뮤니케이션에서 승부처는 정교한 동일시 설계와, 관객의 능동성을 서사 에너지로 전환하는 시스템 디자인의 균형에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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