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적경제를 짧게 정의하면, 이윤 최대화 대신 사람과 공동체의 가치를 우선하는 경제의 방식이다.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자활기업, 마을기업, 협회·재단 같은 조직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사회복지학이 사람의 존엄과 권리를 지켜내는 학문이라면, 사회적경제는 그 가치를 생활 세계의 경제 활동으로 번역하는 실무 언어에 가깝다. 두 영역은 생각보다 많은 지점에서 만난다. 아래에서 철학과 가치, 그리고 실천의 언어로 차근차근 정리해 본다.
1) 사회적경제의 철학적 기반과 실천적 의미
사회적경제의 철학은 연대, 상호성, 민주적 참여, 공익성에 뿌리를 둔다. 시장에서의 경쟁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돌봄, 주거, 일자리, 지역 소멸 같은 문제를 공동체의 힘으로 다루자는 관점이다. 이 관점은 다음과 같은 운영 원리로 구체화된다.
- 구성원의 민주적 거버넌스와 참여(예: 1인 1표 원칙, 이해관계자 참여 이사회)
- 이윤의 사회적 환원과 재투자(지역사회 서비스 확대, 취약계층 고용 유지)
- 장기 지속가능성 중시(단기 수익보다 관계·역량·환경 가치 보전)
- 다중 가치의 동시 추구(경제적 자립 + 사회·환경 성과)
실천 장면에서 사회적경제 조직은 지역 돌봄 협동조합, 일 경험·훈련을 제공하는 노동통합형 기업, 청년 주거 협동조합처럼 나타난다. 성과는 매출만이 아니라 취약계층 고용 비율, 서비스 접근성 개선, 지역 순환 효과, 탄소 저감 같은 사회적 성과로 함께 평가한다. 성과 측정에는 논리모형, 성과지표 체계, 사회적 투자수익률(SROI) 같은 도구가 흔히 쓰인다.
2) 사회복지학이 지향하는 핵심 가치와 철학
사회복지학의 출발점은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 그리고 사회정의다. 누구나 생애 주기 어디에서든 필요한 복지를 접근 가능하게 하자는 보편성, 불평등을 완화하는 형평성, 스스로 삶을 선택하고 변화시킬 힘을 키우는 임파워먼트가 핵심 가치다. 여기에 세 가지 관점이 자주 함께 논의된다.
- 생태체계 관점: 개인–가족–지역–정책이 서로 얽혀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이해
- 강점 관점: 결핍보다 잠재력과 회복탄력에 주목
- 역량(능력) 접근: 소득이 아닌 삶의 실질적 선택 자유를 확장하는 데 초점을 둠
정책 차원에서는 잔여적 복지(최후 안전망)와 제도적 복지(보편권) 사이의 균형, 예방 중심의 투자, 당사자 참여가 중요한 키워드로 자리 잡는다. 현장에서는 통합사례관리, 커뮤니티 케어, 지역 네트워크 구축이 실무의 핵심 기술로 기능한다.
3) 사회적경제와 사회복지의 접점
두 영역은 목표와 방법에서 겹치는 부분이 많다. 사회복지의 가치가 목적이라면, 사회적경제는 그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의 하나가 될 수 있다.
- 서비스 전달체계의 보완: 공공이 놓치기 쉬운 틈새를 민·관·사회적경제 파트너십이 메운다. 예를 들어 지역 요양·돌봄 서비스에서 사회적경제 조직은 촘촘한 생활밀착형 공급자 역할을 한다.
- 일자리 복지의 실현: 노동통합형 사회적기업은 고용 취약계층에게 맞춤형 훈련–근로–돌봄을 통합 제공해 소득과 사회참여라는 이중의 복지를 만든다.
- 커뮤니티 기반 예방: 주민 협동조합의 도시재생, 청소년 자치 카페, 노인 안전망 구축 등은 문제 발생 후 개입보다 비용과 사회적 손실을 줄인다.
- 사회혁신 실험실: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빠르게 시험하고 학습하는 현장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물론 긴장도 있다. 수익 압박으로 미션이 흐려지는 현상, 형식적 민주주의에 머무는 거버넌스, 사회적 성과 측정의 비용·표준화 문제 등이다. 이를 완화하려면 투명한 정보 공개, 이해관계자 감시·참여, 공공조달의 사회적가치 반영, 중간지원조직과 사회적금융 인프라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4) 사회적경제의 실천적 가치
현장에서 체감되는 가치를 몇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 보자.
- 포용적 성장: 취약계층의 고용·소득 기회를 늘려 지역 내 소득 분배를 개선한다.
- 지역순환경제: 지역 자원을 지역 안에서 돌려 쓰며 외부 유출을 줄인다.
- 돌봄의 공공성 강화: 이용자 참여형 서비스 설계로 품질과 접근성을 높인다.
- 지속가능성: 친환경 생산·유통, 재사용·수리·공유 모델로 환경 비용을 낮춘다.
- 시민성·신뢰 자본: 참여와 공동 의사결정을 통해 사회적 신뢰를 축적한다.
현장 적용 시나리오(예시)
- 지역 욕구 파악: 노인 단독가구 증가, 야간 응급 돌봄 공백 확인
- 거버넌스 구성: 주민, 요양전문가, 보건소, 지자체, 사회적금융기관이 협의체 구축
- 비즈니스 모델: 야간 순회 돌봄 + 원격 모니터링 구독 서비스 설계
- 재원 조달: 출자·후원·정책자금·임팩트 대출의 혼합 금융
- 인력 운영: 지역 채용과 직무 교육, 근로–휴식–상담을 포함한 좋은 일자리 설계
- 성과 관리: 이용자 안전지표, 응급 이송 감소율, 가족 돌봄 부담 완화, 고용 유지율 등 측정
- 확산: 운영 데이터 공개, 매뉴얼화, 이웃 지역으로 스케일아웃
평가와 지표 설계 팁
- 결과·성과·영향을 구분해 정의한다.
- 사회적 성과지표와 재무지표를 함께 보되, 상충 시 우선순위를 미리 합의한다.
- 이해관계자 설문, 스토리 데이터, 행정자료를 혼합해 정량·정성 지표를 함께 사용한다.
- 분기 단위의 라이트한 점검과 연 1회의 심층 평가를 병행한다.
사회복지의 방향을 생활경제로 번역하는 기술
사회복지학은 인간 존엄, 권리, 정의라는 나침반을 제공한다. 사회적경제는 그 나침반을 들고 지역의 가게, 공방, 돌봄센터, 협동조합 회의실 같은 생활 현장에서 길을 내는 기술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가치와 수단의 정렬이다. 사회복지의 철학을 잃지 않는 governance, 이해관계자의 실질 참여, 투명한 성과 공개, 지속가능한 재무 설계를 통해 두 영역은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는 동반자가 될 수 있다. 현장에서 작은 실험을 시작하고, 데이터를 쌓아 학습하며,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다.
실무 적용 체크리스트
- 목적–대상–가치 제안이 사회복지의 핵심 가치와 정렬되어 있는가
- 민주적 거버넌스 구조와 이해관계자 참여 절차가 설계되어 있는가
- 사회적 성과지표와 재무지표를 함께 정의했는가
- 지속가능한 수익 모델과 혼합 금융 시나리오가 있는가
- 공공·민간·시민 파트너십 지도를 만들었는가
- 데이터 수집·공개·피드백 루프가 마련되어 있는가
- 확산 가능성을 고려한 표준 운영매뉴얼이 존재하는가
출처
- 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Social and Solidarity Economy Academy: https://www.ilo.org/global/topics/cooperatives/sse
- United Nations General Assembly. Resolution A/RES/77/281 (2023): https://documents.un.org/doc/undoc/gen/n23/133/64/pdf/n2313364.pdf
- OECD. Social economy and social innovation: https://www.oecd.org/social/economy
- EMES Network. Concepts and definitions: https://emes.net/what-is-the-social-economy
-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사회적경제 개요: https://www.socialenterprise.or.kr/se/info/overview.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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