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방송통신대학교

합리모형과 점증모형에 기초한 두 가지 세출예산 결정방식 비교

728x90
반응형
728x170

세출예산을 짠다는 건 한정된 돈으로 ‘가장 아쉬움이 적은 선택’을 하는 일입니다. 문제는 조직마다 예산을 바라보는 눈이 다르고, 상황도 매년 바뀐다는 점이죠. 그래서 행정학·재정학에서는 크게 두 가지 길을 이야기합니다. 하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논리로 무장한 합리모형, 다른 하나는 “작게, 천천히, 안전하게”를 중시하는 점증모형입니다. 이 글에서는 두 모형의 핵심 개념을 간단한 예시와 함께 풀어보고, 각각에 기초한 대표적 세출예산 결정방식을 비교합니다.

1) 핵심 개념 한 컷 요약

  • 합리모형(Rational/Comprehensive Model): 목표를 명확히 세우고, 가능한 대안을 전수 조사한 뒤, 비용-편익 또는 성과 지표로 평가해서 최적안을 고르는 방식. 가정은 정보가 충분하고, 비교 가능한 지표가 있고, 계산할 시간이 있다는 것.
  • 점증모형(Incremental Model): 전년도 예산을 기준선(baseline)으로 삼아 소폭 증액·감액을 반복하며 조정하는 방식. 가정은 현실의 복잡성, 정치·행정적 제약, 제한된 합리성. 완벽보다 실행 가능성과 예측 가능성을 우선.

2) 합리모형에 기초한 세출예산 결정방식

합리모형의 철학은 간단합니다. “전략 목표 → 사업 구조화 → 성과·비용 분석 → 최적 배분.” 여기에 기대는 대표적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프로그램·성과 중심 예산(Performance/Program Budgeting)
    • 사업(프로그램)을 단위로 목표와 성과지표를 설계하고, 산출·성과를 중심으로 예산을 배분합니다.
    • 장점: 조직 목표와 예산의 정합성, 신규 사업 평가에 강함.
    • 한계: 측정 어려운 공공가치(형평·안전·문화 등)의 지표화가 까다로움.
  2. 계획·프로그램·예산제도(PPBS)
    • 중장기 계획과 연계해서 사업포트폴리오를 설계하고, 대안 간 비용-효과를 비교합니다.
    • 장점: 전략 우선순위 정렬에 탁월.
    • 한계: 데이터·분석 역량과 시간이 많이 듦.
  3. 영(零)기준예산(ZBB)
    • 전년도 관성 없이 ‘0’에서 시작, 활동 묶음(decision package)을 평가해 필요한 것만 올립니다.
    • 장점: 낭비 제거, 관성 타파.
    • 한계: 매년 전면 재검토는 현실적으로 부담이 큼. 보통 주기·대상 한정으로 변형 운영.

합리모형이 잘 맞는 상황

  • 신규·확대 사업이 많아 전략적 선택이 중요한 해
  • 데이터가 충분하고 성과 측정 지표가 비교적 명확한 분야(예: 도로 유지보수, 일부 보건 프로그램)
  • 구조조정·재배분이 필요할 때(중복사업 정리 등)

3) 점증모형에 기초한 세출예산 결정방식

점증모형의 철학은 “큰 배를 급히 틀지 말자”입니다. 전년도 예산을 기준으로 소폭 증감하며 합의 가능한 지점을 찾습니다.

  1. 기준선+증감요청 방식(Baseline Budgeting with Increments)
    • 기본운영비·법정지출 등 ‘깎기 어려운’ 항목을 기준선으로 두고, 신규 수요·정책 변화에 따라 항목별로 +α 또는 −α 조정.
    • 장점: 조직 저항이 적고, 협상과 집행이 수월하며 예측 가능.
    • 한계: 비효율이 누적되거나, 과거 배분의 경로의존성이 강화될 수 있음.
  2. 항목(라인아이템) 중심 관리(Line-Item Budgeting, 점증 운영)
    • 세목 단위 통제에 강하고, “얼마를 어디에 썼는가”의 책임 추적이 명료.
    • 장점: 집행 통제·감사 용이.
    • 한계: 사업 간 전략적 전환이 어렵고, 산출·성과 연결이 약함.

점증모형이 잘 맞는 상황

  • 이해관계자가 많고 정치적 합의가 중요한 분야(복지·교육 등)
  • 결과 측정이 본질적으로 어려운 공공가치(안전, 형평, 문화진흥 등)
  • 대규모 구조조정보다 안정적 운영이 우선인 해

4) 두 방식 한눈 비교

구분 합리모형 기반(성과·프로그램·ZBB 등) 점증모형 기반(기준선+증감, 라인아이템)
의사결정 출발점 목표·성과·대안의 비교 전년도 기준선
분석 요구도 높음(데이터·평가 필수) 낮음~보통(현장지식·협상 중심)
장점 전략 정렬, 중복 제거, 신규사업 평가 예측 가능, 집행 용이, 조직저항 적음
한계 시간·역량 비용 큼, 지표화 어려움 경직성·관성, 비효율 누적 위험
잘 맞는 상황 구조조정·재배분, 신규 확대 안정 운영, 다수 이해관계 조정

5) 실무 적용: 혼합이 정답인 경우가 많다

현실의 예산은 보통 혼합형으로 운영됩니다. 예를 들어,

  • 상향(Top-Down) 총지출한도로 큰 틀을 잡은 뒤(합리적 재정 규율),
  • 부문·사업별로는 기준선에 소폭 증감(점증),
  • 핵심 신규사업만 별도 성과평가 체계로 심층 검토(합리)하는 식이죠.

또 하나의 팁은 선택과 집중입니다. 모든 사업을 매년 ZBB로 돌리면 조직이 지칩니다. 대신 비용이 크거나 전략성이 높은 사업군만 주기적으로 심층 평가 테이블로 올리고, 나머지는 점증적으로 관리해도 충분히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6) 짧은 예시

  • 사례 A(신규 디지털 서비스 도입): 데이터가 충분하고 목표가 명확합니다. 여러 솔루션의 총소유비용(TCO), 기대 성과, 리스크를 비교하니 합리모형 기반의 프로그램·성과 예산이 유리합니다.
  • 사례 B(복지 전달체계 운영): 법정의무·생활보장 등 이해관계가 넓고 지표화가 제한적입니다. 전년도 기준선에서 수급자 증가율과 물가를 반영해 점증적으로 조정하는 편이 정치·행정적 비용이 낮습니다.
  • 사례 C(재정건전성 악화): 전체 지출한도를 설정하고(합리), 중복·저성과 사업을 선정해 주기적 ZBB 리뷰(합리), 나머지는 부처별로 점증 조정(점증)하는 혼합 설계가 균형적입니다.

7) 자주 생기는 오해와 주의점

  • “합리모형 = 항상 옳다”: 데이터가 빈약하거나 지표가 부적절하면 계산이 정교할수록 틀린 답에 빨리 도달합니다.
  • “점증모형 = 무계획”: 아닙니다. 기준선을 엄정히 정의하고, 증감 근거를 기록하며, 주기적 구조조정 포트를 열어두면 충분히 책임가능한 관리가 됩니다.
  • 평가의 질은 지표 설계데이터 거버넌스에 달렸습니다. 비용만큼 측정 가능성도 함께 따져야 합니다.

8) 정리

합리모형은 전략적 정렬과 재배분에 강하고, 점증모형은 합의와 집행에서 강합니다. 조직의 상황(데이터·역량·정치적 맥락)에 맞춰 두 방식을 계층화·혼합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가장 현실적입니다. 중요한 건 “왜 이만큼을 여기에 쓰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원칙과 기록을 갖추는 일입니다. 그 원칙을 합리적 분석과 점증적 현실감 사이에서 균형 있게 세우면, 예산은 조직의 전략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레버가 됩니다.

 

출처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