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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대학교

장애인 이동권, 권리로서의 이동과 남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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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보고서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장애인복지론 교과의 과제로, 최근 다시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른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다룬다. 방통대 강의와 교재에서 강조하는 장애 패러다임의 전환, 곧 장애를 개인의 결함이 아니라 사회 환경과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보는 관점을 토대로, 이동권 이슈의 배경과 그것이 담고 있는 가치와 이념, 현황과 향후 과제, 그리고 필자의 의견을 차례로 정리한다. 이동권은 단순한 교통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한 사람이 시민으로서 학습하고 노동하며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모든 활동의 전제 조건이라는 점에서 장애인복지의 핵심 의제로 다룰 가치가 충분하다.

1. 이슈의 배경: 오이도역 참사에서 오늘까지

장애인 이동권이 한국 사회의 공적 의제로 떠오른 출발점은 2001년 1월 22일 경기도 시흥시 오이도역에서 발생한 휠체어리프트 추락 사고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하철 승강장으로 이동하던 장애인 노부부가 리프트에서 추락해 한 명이 사망하고 한 명이 크게 다친 이 사고는, 그동안 개인이 감내해야 할 불편으로만 여겨지던 이동의 문제를 '생명과 직결된 권리의 문제'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사고 직후 장애인 당사자와 시민단체는 이동권 연대 투쟁을 조직했고, 지하철 선로 점거와 버스 탑승 시위 등을 통해 이동권 보장을 사회적으로 공론화했다.

이 흐름은 제도적 성과로 이어졌다. 2005년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 제정되어 저상버스 도입, 특별교통수단(장애인콜택시) 운영, 역사 내 승강기 설치 등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이로써 이동권은 시혜적 서비스가 아니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장해야 할 법적 의무로 자리잡았다. 같은 시기에 제정·시행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또한 재화와 용역, 시설물 이용에서의 차별을 금지함으로써 이동권을 차별 시정의 틀 안에서 다룰 수 있는 근거를 더했다. 그러나 법 제정 이후에도 현실의 변화 속도는 더뎠고, 약속된 목표 시한은 거듭 미뤄졌다. 법이 명시한 의무가 곧바로 예산과 인력의 배정으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은 권리의 선언이었으나, 그 권리를 실제로 누리게 하는 집행은 별개의 과제로 남았다.

이러한 배경을 이해할 때 중요한 것은, 이동권 운동이 처음부터 '특별한 배려'가 아니라 '당연한 권리'를 요구해 왔다는 점이다. 비장애인은 매일 아무런 의식 없이 버스에 오르고 지하철을 갈아타지만, 같은 도시에 사는 휠체어 이용자에게는 그 한 번의 이동이 사전 예약과 긴 대기, 그리고 안전에 대한 불안을 동반하는 일이었다. 오이도역 참사는 바로 그 불안이 실제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 준 사건이었고, 이후 20여 년의 운동은 "안전하게, 그리고 차별 없이 이동하고 싶다"는 단순하지만 근본적인 요구를 사회에 각인시키는 과정이었다.

배경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2021년 말부터 다시 시작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출근길 시위가 이동권 문제를 전 국민적 논쟁으로 끌어올렸다는 사실이다. 오이도역 참사로부터 20년이 넘게 흐른 시점에도 '1역사 1동선', 즉 장애인이 환승 없이 하나의 연속된 경로로 역사를 이용할 수 있는 기본 조건조차 완성되지 않았다는 점이 시위의 직접적 동기였다. 2025년 오이도역 참사 25주기를 맞아 여러 언론이 "리프트는 여전히 남았다"는 제목으로 보도한 것은, 사반세기가 지나도록 구조적 문제가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헤럴드경제, 2025).

2. 이슈가 담고 있는 가치와 이념

장애인 이동권이 단순한 교통 정책을 넘어서는 이유는, 그 안에 장애인복지론이 다루는 핵심 가치와 이념이 응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인간의 존엄성과 자기결정권이다. 가고 싶은 곳에 스스로 갈 수 있다는 것은 어디서 일하고 누구를 만나며 무엇을 배울지 스스로 정하는 자기결정의 물리적 전제다. 이동이 제약되면 직업 선택, 교육 참여, 사회적 관계 형성이 연쇄적으로 막히므로, 이동권은 다른 모든 권리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 권리'의 성격을 띤다.

둘째는 사회모델(social model) 관점이다. 방통대 장애인복지론 강의와 교재에서 강조하듯, 장애는 손상(impairment)을 가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 개인을 배제하도록 설계된 환경과 제도의 문제다. 계단뿐인 출입구, 리프트에 의존하는 승강장, 휠체어가 오를 수 없는 고상버스는 신체적 손상을 '장애'라는 사회적 불이익으로 전환시키는 환경적 장벽이다. 따라서 이동권 보장은 개인을 치료하거나 동정하는 일이 아니라, 차별을 생산하는 환경을 바꾸는 일이다.

셋째는 자립생활(independent living) 이념과 정상화(normalization) 원리다. 자립생활 패러다임은 장애인을 보호의 대상이 아닌 자신의 삶을 주도하는 권리의 주체로 본다. 이동의 자유가 보장될 때 비로소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분리된 공간이 아닌 비장애인과 같은 일상의 공간에서 살아갈 수 있다. 넷째는 시민권과 사회통합의 가치다. 이동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거주·이전의 자유, 그리고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명시한 차별받지 않을 권리와 직결된다. 한 평론은 "장애인도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갈 수 있도록 이동권을 보장하는 것이 진정한 민주사회의 모습"이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이동권이 곧 민주주의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척도임을 시사한다.

다섯째는 권리 기반 접근(rights-based approach)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과거의 장애인 정책은 의료적 재활과 보호를 중심에 둔 시혜적 모델에 머물렀다. 이 관점에서 이동의 어려움은 '돕는 것이 바람직한 일' 정도로 다루어졌다. 그러나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이 제20조에서 개인의 이동성을 별도의 권리로 명시한 이후, 이동권은 국제 인권 규범 차원에서 보장 의무가 따르는 권리로 격상되었다. 우리나라도 이 협약의 당사국으로서 이동권을 권리의 문제로 다룰 국제적 책임을 지닌다. 따라서 이동권 보장은 예산이 허락할 때 베푸는 선의가 아니라, 권리 주체가 마땅히 청구할 수 있고 국가가 이행해야 하는 의무다. 이 전환이야말로 장애인복지론이 강조하는 가치의 핵심이며, 이동권 이슈는 그 전환이 현실에서 어디까지 관철되었는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된다.

요컨대 이동권 이슈는 존엄, 자기결정, 환경에 책임을 묻는 사회모델, 지역사회 자립, 평등한 시민권, 그리고 권리 기반 접근이라는 장애인복지의 이념 체계가 하나의 구체적 장면으로 집약된 사례다. 이동권을 어떻게 다루는가는 곧 한 사회가 장애를 어떤 패러다임으로 바라보는가를 그대로 드러낸다.

3. 현황 및 향후 과제

3.1 제도와 인프라의 현황

저상버스 보급은 양적으로 진전되었으나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시내버스 저상버스 도입률은 2023년 말 기준 약 30.6%였으며, 2026년까지 62%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농어촌버스(1.4%→42%)와 마을버스(3.9%→49%)는 출발점 자체가 매우 낮아, 도시와 지방 사이의 이동권 격차가 뚜렷하게 드러난다(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5).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개정으로 시내버스는 대·폐차 시 저상버스 도입이 의무화되었고, 광역버스에 대해서도 2027년부터 단계적 의무가 적용될 예정이다.

특별교통수단인 장애인콜택시 역시 양적 확대와 별개로 실효성 문제가 남아 있다. 핵심 쟁점은 차량 대수보다 운전원 부족이다. 운전원이 모자라 차량이 있어도 운행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 결과 이용자의 대기 시간이 수십 분에서 길게는 수 시간에 이르는 일이 반복된다. 이 때문에 당사자 단체는 차량 1대당 운전원 증원과 운영 시간 확대, 그에 필요한 인건비 예산 확보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그러나 관련 핵심 예산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면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지하철의 경우 '1역사 1동선' 확보가 핵심 지표다. 환승 동선에서 한 곳이라도 단절되면 휠체어 이용자는 위험한 리프트에 의존하거나 우회해야 한다. 오이도역 참사 이후 사반세기가 지났지만 일부 역사에서는 여전히 리프트가 남아 있으며, 이는 안전과 직결된 미완의 과제로 지적된다(경기일보, 2025). 승강기가 설치된 역이라 하더라도 출구가 한 곳에만 연결되어 있어 목적지 반대편으로 나가야 하거나, 고장 시 대체 동선이 없어 발이 묶이는 경우가 빈번하다. 결국 양적 설치율이라는 통계만으로는 실제 이용자가 체감하는 이동권의 수준을 온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이 드러난다.

특별교통수단의 지역 간 격차도 현황에서 빼놓을 수 없다. 광역 단위로 운영 주체와 예산이 나뉘어 있다 보니, 지역 경계를 넘는 이동에서 환승과 추가 예약이 필요하거나 아예 운행이 단절되는 일이 발생한다. 같은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도 어느 지역에 사는가에 따라 이동의 자유가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 이는 이동권이 보편적 권리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원칙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현실이다.

3.2 사회적 갈등의 현황

이동권을 둘러싼 시위는 시민의 출근 불편과 충돌하며 사회적 논쟁을 일으켰다. 일부에서는 시민 불편을 이유로 시위 방식을 비판했고, 국회에서는 대중교통 운행 방해를 제재하려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이러한 갈등은 이동권 문제가 단지 예산과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권리 보장의 우선순위를 둘러싼 사회적 합의의 문제임을 드러낸다. 갈등의 근본 원인은 약속된 정책의 이행 지연에 있으므로, 시위 방식에 대한 논쟁만으로는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

3.3 향후 과제

향후 과제는 첫째, 목표 시한의 실질적 이행과 점검이다. 도입률 목표를 선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연도별 이행 실적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미달 시 책임을 묻는 점검 체계가 필요하다. 둘째, 지역 간 격차 해소다. 농어촌·중소도시의 저상버스와 특별교통수단을 우선 확충하여, 거주 지역에 따라 이동권이 달라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셋째, 운영 인력과 예산의 안정적 확보다. 인프라를 갖추어도 이를 운영할 운전원과 인건비가 없으면 권리는 서류상으로만 존재한다. 넷째, 당사자 참여형 정책 설계다. 실제 이용자가 겪는 동선의 단절과 대기 문제를 정책 수립 단계에서 반영하는 거버넌스가 마련되어야 한다. 다섯째, 안전 기준의 강화로, 리프트를 경사로·승강기로 대체하고 사고 예방 점검을 제도화해야 한다.

4. 본인의 의견 및 생각

필자는 장애인 이동권을 '편의'가 아니라 '권리'로 규정하는 관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비장애인에게 버스와 지하철은 일상의 배경이지만, 휠체어 이용자에게는 매일 협상해야 하는 장벽이다. 같은 도시에 살면서 누구는 30분이면 가는 거리를 누구는 갈 수 없거나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면, 그 차이는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사회가 설계한 환경에서 비롯된 차별이다. 방통대 장애인복지론에서 배운 사회모델 관점은 이 지점을 명료하게 설명해 준다. 문제의 책임은 손상을 가진 개인이 아니라, 모두를 위해 설계되지 않은 환경에 있다.

다만 시위 방식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에 대해서는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고 본다. 시민의 불편을 가볍게 여길 수는 없지만, 그 불편의 근본 원인을 시위 자체가 아니라 사반세기 동안 미뤄진 정책 이행의 지연에서 찾아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권리 주장과 시민 편의가 대립 구도로만 소비되면, 정작 책임을 져야 할 행정의 이행 지연은 가려진다. 따라서 갈등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약속을 지키는 것, 곧 목표 시한을 앞당겨 이행하고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이동권 보장은 장애인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저상버스와 승강기, 경사로는 고령자, 영유아 동반 보호자, 무거운 짐을 든 사람 등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생애의 어느 시점에 이용하게 되는 보편적 기반이다. 이것이 바로 '모두를 위한 설계(universal design)'의 핵심이며,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투자가 사회 전체의 이익으로 환원되는 이유다. 특히 한국 사회가 빠르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오늘 장애인을 위해 구축하는 무장애 환경은 머지않아 다수의 노년층이 일상적으로 의존하게 될 기반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동권 투자를 '소수를 위한 비용'으로 보는 시각은 근시안적이며, 이는 미래 세대 전체를 위한 사회적 투자로 이해되어야 한다.

또한 이동권은 다른 복지 의제와 긴밀히 연결된다. 이동이 보장되어야 직업 재활이 의미를 갖고, 통합교육이 실질화되며, 지역사회 중심의 돌봄과 자립생활 지원이 작동할 수 있다. 거꾸로 이동이 막히면 아무리 좋은 일자리나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되어도 당사자는 그 문 앞까지 갈 수 없다. 따라서 이동권은 장애인복지 정책 전반의 효과를 좌우하는 '병목 지점'이며, 이곳을 푸는 것이 다른 모든 정책의 실효성을 끌어올리는 길이다.

사회복지를 공부하는 입장에서, 이동권 의제는 복지가 특정 집단에 대한 시혜가 아니라 모두가 존엄하게 살아갈 조건을 함께 만드는 일임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 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권리는 선언만으로 실현되지 않으며, 예산과 인력, 그리고 약속을 지키려는 행정의 의지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현실이 된다. 오이도역 참사 25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선언이 아니라 이미 한 약속을 기한 안에 지키는 일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끝까지 지켜보고 점검하는 시민적 관심이야말로, 권리를 종이 위의 문장에서 일상의 현실로 옮기는 마지막 동력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1.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장애인복지론』 강의 및 교재.
  2.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국가법령정보센터. https://www.law.go.kr/법령/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
  3.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6년 전국 시내버스 62%를 저상버스로…특별교통수단 확대"(2025).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906363
  4. 헤럴드경제, "오이도역 참사 25년, 리프트는 여전히 남았다"(2025).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660937
  5. 경기일보, "'무탈히 다니고 싶을 뿐인데'…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사고 24주기"(2025).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122580425
  6. 오이도역 휠체어리프트 추락 사고, 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오이도역_휠체어리프트_추락_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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