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무엇에 관해 말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말하는가’의 문제로 바라보려는 시도는 20세기 비평사의 가장 결정적인 전환점이었다. 본 보고서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문학비평론> 교재와 매체강의를 바탕으로, 작품 외부의 역사·작가·사회로부터 시선을 거두어 텍스트 자체의 언어적 짜임으로 비평의 무게중심을 옮겨 놓은 두 흐름, 곧 러시아 형식주의와 미국 신비평을 정리한다. 두 흐름의 핵심 개념과 방법론을 차례로 살피고, 교재나 강의에서 직접 다루지 않은 한국 현대시 작품을 끌어와 그 개념을 검증한 뒤, 마지막으로 두 비평이 남긴 의의와 한계를 함께 따져 보고자 한다. 방통대 강의록이 일러 주듯 형식주의 계열 비평의 출발점은 ‘문학을 문학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이었으며, 이 물음이야말로 본 보고서를 관통하는 축이다.
1. 러시아 형식주의의 주요 개념과 방법론
러시아 형식주의는 1910년대 중반부터 1930년대까지 모스크바 언어학회와 페테르부르크의 오포야즈(시적 언어 연구회)를 중심으로 전개된 비평 운동이다. 슈클롭스키, 야콥슨, 티냐노프, 에이헨바움 등이 그 주역이었다. 이들이 던진 근본 물음은 ‘문학성(literariness)’이었다. 즉 한 편의 글을 다른 글이 아니라 ‘문학’으로 만들어 주는 고유한 자질이 무엇이냐는 것이며, 그 답을 작가의 전기나 시대 배경이 아니라 언어가 조직되는 방식 자체에서 찾으려 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개념은 슈클롭스키가 「기법으로서의 예술」에서 제시한 ‘낯설게 하기(데파미야리자치야)’이다. 일상에서 우리는 사물을 반복적으로 지각하면서 그것을 자동화된 방식으로, 거의 보지 않은 채 스쳐 지나간다. 예술의 목적은 바로 이 자동화된 지각을 깨뜨려 사물을 처음 보는 것처럼 낯설게 만들고, 그리하여 지각의 과정을 일부러 어렵고 더디게 만드는 데 있다. 슈클롭스키에 따르면 “예술의 기법은 사물을 낯설게 하는 기법이며, 형식을 어렵게 만들어 지각의 곤란과 시간을 늘리는 기법”이다. 시적 언어가 일상 언어와 구별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일상 언어가 의미 전달의 효율을 추구한다면, 시적 언어는 의도적으로 언어 자체를 두드러지게 하여 독자의 주의를 형식 위에 붙들어 둔다.
서사 분석에서는 ‘파불라(이야기 재료)’와 ‘수제트(구성된 줄거리)’의 구분이 중요하다. 파불라가 사건들을 시간 순서대로 배열한 원재료라면, 수제트는 그 재료를 작가가 도치·지연·반복·생략 등의 기법으로 재배치한 결과이다. 슈클롭스키에게 수제트란 곧 ‘낯설게 된 파불라’이며, 동일한 사건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미적 효과를 낳는다. 야콥슨은 여기에 ‘시적 기능’과 ‘지배소(도미넌트)’ 개념을 더했다. 야콥슨은 언어의 여섯 기능 가운데 메시지 자체를 향한 기능을 ‘시적 기능’이라 부르고, 시에서는 등가의 원리가 선택의 축에서 결합의 축으로 투사되어 운율·반복·병렬을 만들어 낸다고 보았다. 또한 한 작품을 지배하며 나머지 요소를 통합·변형하는 핵심 요소를 ‘지배소’라 명명함으로써, 작품을 정태적 구조가 아니라 위계를 지닌 역동적 체계로 파악할 길을 열었다.
이러한 개념들은 곧 ‘기법의 분석’이라는 일관된 방법론으로 수렴된다. 형식주의 비평가는 작품의 주제나 작가의 의도를 묻기 전에, 운율·리듬·소리·이미지·구성 같은 언어적 장치들이 어떻게 배치되어 자동화된 지각을 교란하는지를 분석한다. 작품은 내용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기법들의 총합’으로 정의되며, 비평의 임무는 그 기법이 산출하는 효과를 정밀하게 기술하는 일이 된다. 특히 후기 형식주의자 티냐노프는 문학을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체계들의 체계’로 보아, 한 작품 안에서 지배소가 시대마다 교체되며 낡은 기법이 자동화되면 새로운 기법이 그 자리를 빼앗는다는 ‘문학적 진화’의 관점을 제시하였다. 이로써 형식주의는 단순히 한 작품의 짜임을 기술하는 데 머물지 않고, 문학사 전체를 기법의 끊임없는 갱신 과정으로 설명하는 동적 모델로까지 확장되었다. 요컨대 러시아 형식주의의 방법론은 ‘무엇이 문학을 낯설게 하는가’라는 물음을 미시적 텍스트 분석과 거시적 문학사 인식 양쪽에 걸쳐 일관되게 밀고 나간 데 그 특질이 있다.
2. 미국 신비평의 주요 개념과 방법론
미국 신비평은 192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미국 남부의 대학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존 크로 랜섬이 1941년 펴낸 저서 『신비평』에서 그 명칭이 비롯되었으며, 클리언스 브룩스, 로버트 펜 워런, 앨런 테이트, 윔샛, 비어즐리 등이 그 이론을 다듬었다. 신비평 역시 작품 외부 요소를 비평의 근거에서 배제하고 작품 자체를 ‘자족적이고 유기적인 언어 구조물’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형식주의와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다만 러시아 형식주의가 언어학적·체계적 일반화를 지향했다면, 신비평은 개별 시 텍스트를 한 편씩 정밀하게 읽어 내는 실천적 독해에 더 집중했다.
신비평의 방법론을 한마디로 요약하는 말이 ‘자세히 읽기(close reading)’이다. 비평가는 시의 한 행, 한 단어, 행과 행의 긴장, 어조의 미묘한 변화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읽어 내며, 그 모든 요소가 하나의 유기적 전체로 통합되는 방식을 밝힌다. 이때 핵심 개념으로 동원되는 것이 ‘긴장(tension)’, ‘역설(paradox)’, ‘아이러니(irony)’, ‘애매성(ambiguity)’이다. 브룩스는 시적 언어의 본질이 역설에 있다고 보았으며, 윌리엄 엠프슨은 『애매성의 일곱 가지 유형』에서 한 단어나 구절이 동시에 여러 의미를 거느리는 현상이야말로 시적 풍요의 원천임을 보였다. 신비평가에게 좋은 시란 서로 다른 의미와 정서가 갈등하면서도 끝내 하나의 통일된 구조 안에서 균형을 이루는 작품이다.
신비평이 자신의 입장을 가장 날카롭게 벼린 곳은 두 가지 ‘오류’에 대한 비판이었다. 윔샛과 비어즐리는 「의도의 오류」(1946)에서 작품의 의미를 작가가 의도한 바와 동일시하는 태도를 경계했다. 작가의 의도는 확인할 수도 없거니와, 설령 확인된다 해도 작품이 실제로 성취한 의미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어 「감정의 오류」(1949)에서는 작품을 그것이 독자에게 일으키는 심리적 효과로 평가하는 태도를 비판했다. 독자의 감정 반응에 비평의 기준을 두면 결국 인상주의와 상대주의로 빠지고 만다는 것이다. 두 ‘오류’ 비판은 비평의 정당한 대상을 작가의 머릿속(의도)이나 독자의 가슴속(감정)이 아니라 오직 ‘텍스트 그 자체’로 못 박은 신비평의 선언이었다.
3. 한국 현대시로 검증하는 형식주의·신비평의 개념
이제 교재와 강의에서 다루지 않은 한국 현대시 세 편 이상을 통해 위 개념들이 실제 비평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인해 보자. 첫 번째 작품은 정지용의 「유리창 1」이다. 어린 자식을 잃은 아버지의 슬픔을 노래한 이 시에서 정지용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라는 모순어법을 쓴다. ‘외로움’과 ‘황홀’이라는 상반된 정서를 한 구절에 결합한 이 표현은 신비평이 말하는 역설과 긴장의 전형이다. 슬픔을 직접 토로하는 대신 유리를 닦는 행위와 차고 슬픈 별의 이미지로 옮겨 놓는 방식은, 감정을 사물로 객관화하여 익숙한 비탄의 표현을 낯설게 만드는 형식주의적 기법으로 읽을 수 있다. 독자는 “물 먹은 별”이라는 낯선 이미지 앞에서 지각이 지연되고, 바로 그 지연 속에서 절제된 슬픔의 깊이를 새삼 감각하게 된다.
두 번째 작품은 김춘수의 「꽃」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라는 첫 연에서 ‘몸짓’과 ‘꽃’은 호명이라는 언어 행위를 사이에 두고 대립한다. 이름을 부르기 전의 무의미한 ‘몸짓’이 부른 뒤의 의미 있는 ‘꽃’으로 전환되는 구조는, 동일한 대상이 언어의 조직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존재로 지각된다는 사실을 작품 내부에서 스스로 보여 준다. 이는 의미가 작가의 의도가 아니라 텍스트 내부의 언어적 관계에서 발생함을 입증하는 사례로, 신비평의 자세히 읽기와 의도의 오류 비판을 동시에 예시한다. ‘몸짓–이름–꽃–눈짓’으로 이어지는 시어들의 등가적 병렬은 야콥슨이 말한 시적 기능, 곧 선택의 축이 결합의 축으로 투사되는 양상을 또렷이 드러낸다.
세 번째 작품은 김영랑의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이다. 영랑은 우리말의 음상(音相)을 정교하게 조탁하여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 풀 아래 웃음 짓는 샘물같이”라는 부드러운 ‘ㄹ·ㅅ’ 음의 반복과 4음보의 균형 잡힌 율격을 직조한다. 여기서 시의 의미는 진술된 내용에 앞서 소리의 짜임 자체에서 발생한다. 형식주의가 강조한 ‘운율과 소리의 전경화’, 곧 시적 언어가 자기 자신을 두드러지게 하여 독자의 주의를 형식에 붙들어 두는 양상을 김영랑만큼 선명하게 보여 주는 시도 드물다.
네 번째로 이상의 「오감도 시 제1호」를 덧붙일 수 있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로 시작하여 띄어쓰기를 의도적으로 지우고 같은 구문을 강박적으로 반복하는 이 작품은 일상 언어의 규범을 정면으로 위반한다. 독자는 익숙한 독서 습관이 무너지는 충격 속에서 한 글자 한 글자를 새로 더듬어 읽게 되는데, 이것이야말로 슈클롭스키가 말한 ‘지각의 곤란과 지연’의 극단적 사례이다. 네 편의 시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형식주의와 신비평이 제시한 낯설게 하기·시적 기능·역설·자세히 읽기의 개념이 한국 현대시 분석에 실질적으로 유효함을 증언한다.
4. 두 비평의 의의와 한계
두 비평이 남긴 의의는 분명하다. 첫째, 비평을 작가의 일화나 시대 배경에 대한 인상적 감상에서 벗어나게 하여, 텍스트의 언어적 짜임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과학적·객관적 학문’으로 정립할 발판을 마련했다. 둘째, ‘자세히 읽기’와 ‘기법 분석’이라는 구체적 도구를 제공함으로써 작품을 꼼꼼히 읽는 훈련을 비평과 문학 교육의 중심에 세웠다. 셋째, 문학을 ‘무엇을 말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말하는가’의 문제로 재정의하여, 형식과 내용을 분리 불가능한 유기적 통일체로 사고하는 길을 열었다. 러시아 형식주의가 훗날 구조주의와 기호학으로 발전하는 이론적 토대를 놓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이다.
그러나 한계도 뚜렷하다. 무엇보다 작품을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자족적 구조물로 간주한 탓에, 문학을 낳은 역사적·사회적 조건과 작가의 실존, 그리고 독자가 의미를 생산하는 능동적 역할을 비평의 시야에서 지워 버렸다. 이상의 「오감도」가 일으킨 형식적 충격은 식민지 근대라는 시대적 맥락과 떼어 놓고는 온전히 설명되지 않으며, 김영랑의 언어 조탁 역시 1930년대 시문학파의 순수시 지향이라는 문학사적 배경 안에서 비로소 그 의미가 또렷해진다. 같은 맥락에서 정지용이 슬픔을 직접 토로하지 않고 사물의 이미지로 객관화한 절제의 태도 또한, 감정의 과잉을 경계한 모더니즘 시운동의 미학적 합의와 분리하면 그 선택의 무게를 충분히 가늠하기 어렵다.
또한 ‘낯설게 하기’나 ‘애매성’을 보편적 척도로 내세우면서도, 무엇이 충분히 낯설고 무엇이 의미 있는 애매성인지에 대한 판단이 결국 비평가의 주관적 감식에 기댄다는 점은 객관성을 표방한 두 비평의 자기모순으로 지적된다. 분석이 짧은 서정시 장르에 치우쳐 장편 서사나 희곡, 대중 문학처럼 사회적 맥락과 수용 과정을 떼어 놓기 어려운 양식을 포괄하지 못한 점, 그리고 모든 우수한 작품을 ‘유기적 통일성’이라는 단일 기준으로 환원함으로써 통일성을 거부하거나 파편성을 미학으로 삼는 작품을 폄하할 위험을 안고 있던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약점이다. 이러한 한계에 대한 반성은 이후 독자의 자리를 복원한 수용미학, 사회적 토대를 강조한 마르크스주의 비평, 텍스트와 역사의 상호 작용을 다시 묻는 신역사주의 같은 ‘맥락 복원’의 흐름이 등장하는 직접적 계기가 되었다.
결론
러시아 형식주의와 미국 신비평은 비평의 시선을 텍스트 바깥에서 텍스트 안으로 돌려놓은 20세기 비평의 공통된 출발점이었다. 형식주의는 낯설게 하기와 문학성, 파불라와 수제트, 시적 기능과 지배소라는 개념으로 ‘문학을 문학답게 만드는 자질’을 규명하려 했고, 신비평은 자세히 읽기와 역설·애매성, 그리고 의도와 감정의 오류 비판으로 텍스트의 자율성을 옹호했다. 정지용·김춘수·김영랑·이상의 시는 이들 개념이 한국 현대시 분석에서도 충분히 유효함을 보여 주었다. 다만 두 비평이 외면한 역사와 사회, 작가와 독자의 자리는 이후 비평이 메워야 할 과제로 남았다. 형식의 정밀한 분석과 맥락의 풍부한 복원은 대립이 아니라 보완의 관계로 이해될 때, 비로소 문학 비평은 작품의 안과 밖을 함께 끌어안는 온전한 읽기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 박태상·이상진, 『문학비평론』, KNOU Press, 2012. (1부 3장)
- <문학비평론> 매체강의 6강 「형식주의」.
- 빅토르 슈클롭스키, 「기법으로서의 예술」, 『러시아 형식주의 문학이론』, 1917.
- W. K. 윔샛·M. C. 비어즐리, 「의도의 오류」(1946), 「감정의 오류」(1949).
- 위키백과, ‘낯설게하기’, ‘러시아 형식주의’ 항목, https://ko.wikipedia.org/wiki/낯설게하기 (열람일: 2026년).
'방송통신대학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관여도와 구매의사결정과정, 그리고 리포지셔닝 전략: 진라면 사례를 중심으로 (3) | 2026.06.14 |
|---|---|
| 유전자 변형 작물 품종 육성을 위한 외부 유용 유전자의 도입 — 사례, 의의, 도입 방법 (3) | 2026.06.14 |
| 기술혁신의 경제학: 이론적 토대, 확산 메커니즘, 그리고 한국 혁신정책의 진화 (2) | 2026.06.13 |
| 기초간호과학-허혈·부종과 수분 불균형·호흡곤란의 병태생리와 간호중재 (0) | 2026.06.13 |
| 2026년 법정공휴일이 된 노동절의 의미와 단체교섭·노사협력을 통한 노사관계의 새로운 좌표 (0) | 2026.06.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