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은 내일인데 책상 정리는 오늘도 끝이 없다.”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이 장면을 16세기 조선에서도 똑같이 걱정한 사람이 있다. 바로 율곡 이이. 그는 공부를 ‘사람을 기르는 일’로 정의하고, 학습의 출발선부터 국가의 리더십 교육까지 쭉 연결해 놓았다. 오늘은 우리나라 교육사상가 가운데 한 사람인 율곡을 선정해, 그의 생애와 교육사상의 핵심을 알기 쉽게 정리해 본다.
1) 생애 한눈에 보기
율곡 이이(1536–1584)는 조선 전기의 학자이자 관료로, 자는 숙경, 호는 율곡이다. 젊은 시절부터 과거에 장원 급제해 정계에 진출했고, 학문과 국정의 두 축을 오가며 활동했다. 그의 생애는 성리학 이론을 현실의 개혁과 교육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로 요약된다. 특히 그는 학문을 추상적 탐구에 머물지 않고, 국가 운영과 인재 양성이라는 실천적 과제로 이어 붙였다.
2) 교육 텍스트 두 기둥: 성학집요와 격몽요결
- 성학집요: 왕의 학문과 정치 운영의 원리를 압축해 엮은 책으로, 자기수양(수기)과 사람을 다스림(치인)을 실제 정책과 제도에 접속시키려 했다. 말만 번지르르한 ‘군주 교과서’가 아니라 국가 리더십의 표준을 설계한 지침서에 가깝다. 조선 왕조의 기강을 새 줄 매듯 고쳐 세우자는 경장(更張) 구상도 담겨 있다.
- 격몽요결: 초학자와 청소년을 위한 일종의 ‘학습 입문서’다. 입지(뜻 세우기)–혁구습(나쁜 습관 고치기)–지신(몸가짐)–독서–사친–상제–제례–거가–접인–처세의 10장으로 구성되어, 생활 전반을 학습의 장으로 바꾸는 설계를 제시한다. 이후 널리 보급되어 초학자의 필독서로 자리 잡았다.
3) 율곡의 교육사상, 한 줄로 요약하면?
“수기치인(修己治人): 나를 닦아 남을 이롭게 한다.” 율곡의 교육은 개인의 도덕적 완성과 사회적 책무를 분리하지 않는다. 공부를 잘하는 것과 세상을 바르게 운영하는 것은 같은 길 위의 두 지점이라는 뜻이다. 이를 위해 그는 다음 원리를 강조했다.
3-1. 입지와 혁구습: 학습의 ‘초기 설정값’
학습은 목표 설정에서 시작된다. 격몽요결의 첫 장이 입지인 이유다. 다음 장인 혁구습은 공부를 방해하는 낡은 습관을 진단하고 뜯어고치는 방법을 제시한다. 오늘의 용어로 말하면 자기조절학습과 메타인지 전략에 해당한다. 목표를 분명히 하고, 반복적으로 점검하며, 행동 습관을 바꾸는 과정이 곧 학습의 토대라는 메시지다.
3-2. 독서의 기술: 삶과 연결되는 읽기
독서는 지식을 모으는 행위가 아니라 인격과 실천을 단련하는 과정이다. 율곡은 독서와 생활 윤리를 한 세트로 묶어, 집안일(거가), 인간관계(접인), 사회생활(처세)까지 학습의 범주에 넣었다. 교양–인성–시민성을 함께 키우는 통합교육의 관점으로 볼 수 있으며, 배운 것을 바로 삶에서 실험하고 피드백 받는 선순환을 강조한다.
3-3. 경장론과 인재 양성: 교육의 사회적 목적
그가 제시한 경장론은 무너진 국가 운영을 바로 세우자는 개혁 구상이다. 핵심은 유능하고 어진 인재를 길러 공공을 튼튼히 하는 것. 교육은 개인의 출세가 아니라 공동체 회복의 전략이 된다. 따라서 교육의 성과는 시험 성적이나 관직 진출에만 있지 않고, 공공의 질서와 복리 증진으로 나타나야 한다.
4) 교실 밖의 실천: 서당·서원·정치 현장을 잇다
율곡은 책상머리에서만 교육을 논하지 않았다. 청년 관료들의 독서 진흥과 인재 등용을 강조했고, 자신의 저작을 통해 학습의 표준을 널리 보급했다. 왕에게는 성학집요로 ‘국가 리더십 교육과정’을, 학생과 청년에게는 격몽요결로 ‘학습 태도·생활 규범’을 제시함으로써, 학습자 수준과 책임 역할(학생–시민–군주)에 따라 목표를 차등화했다. 이는 오늘날 수준별 교육과정과 리더십 트랙 교육의 선구적 모델로도 해석된다.
5) 오늘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 학습의 목적 재설정: 성적·스펙을 넘어, ‘나의 수양이 곧 공동체의 이익’이라는 관점은 시민교육과 리더십 교육의 방향을 다시 잡아 준다.
- 생활 기반 학습: 격몽요결의 10장은 가정·의례·관계·일상을 학습의 장으로 확장한다. 프로젝트식 생활교육, 서비스러닝, 체험 중심 학습과도 맞닿아 있다.
- 교육–정책 연계: 성학집요가 보여주듯, 교육은 정책과 만나야 사회적 효과가 난다. 교과서의 가치교육과 공직자 윤리, 정책 리터러시 교육을 연동하는 모델을 상상해볼 수 있다.
- 실행 가능한 공부법: 입지–혁구습–독서–실천으로 이어지는 단계는 오늘의 학습 설계에도 바로 적용 가능하다. 목표 수립, 나쁜 습관 기록·교정, 독서와 노트의 일관성, 생활 속 실행 체크리스트로 구체화하면 된다.
6) 정리: 좋은 공부는 좋은 사회로 이어진다
율곡의 교육사상은 철학·학습법·정치개혁이 한 시스템 안에서 작동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입지로 시작해 생활 속 실천을 거쳐 경장으로 귀결되는 그의 로드맵은, ‘개인의 성장’과 ‘공공의 회복’을 동시에 겨냥한다. 오늘 책상 정리가 길어지고 있다면, 우선 입지부터 다시 세워 보자. 목표를 명료하게 하고 나쁜 습관 몇 가지만 고쳐도, 공부는 꽤나 사회적인 일이 된다.
출처
-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이이(李珥)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45546 -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성학집요(聖學輯要)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29682 - 국사편찬위원회, 사료로 본 한국사: 이이의 성학집요 저술
https://contents.history.go.kr/mobile/hm/view.do?levelId=hm_094_0060 -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격몽요결(擊蒙要訣)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02130 - 서울대학교 규장각, 격몽요결 해설
https://kyudb.snu.ac.kr/contents/content_detail.do?code=A09&limit=20&listtype=grid&ridx=2&sort=&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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