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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대학교

폭염과 기후위기가 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사회적 위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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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름을 지나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나만 더웠던 게 아니구나.’ 에어컨이 버거워하는 낮, 잠이 오지 않는 열대야, 밖에 서 있기만 해도 어지러운 복사열은 더 이상 이례적 사건이 아니라 일상이 되었죠. 이는 단순한 날씨 문제를 넘어, 건강·생계·도시 인프라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위험입니다. 특히 폭염은 취약계층에게 더 가혹합니다. 냉방 비용이 감당되지 않는 에너지 빈곤 가구, 실외노동자와 배달·건설 종사자, 노인·영유아·만성질환자에게는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죠. 2024년 여름 우리나라는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되었고, 온열질환 응급실 신고가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습니다. 숫자가 보여주듯, 이 문제는 개인의 주의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습니다.

왜 공적 대응이 필요한가

  1. 외부효과의 전형이기 때문입니다. 온실가스 배출의 이익은 특정 생산자나 소비자가 누리지만, 피해는 폭염·집중호우·대설 등으로 사회 전체가 분담합니다.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 비용을 정부 규제·세제·표준으로 내부화하지 않으면, 시장은 기후위기의 속도를 늦추지 못합니다.
  2. 불평등을 키우기 때문입니다. 같은 온도라도 어떤 집에 사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에 따라 위험이 달라집니다. 냉방 접근성, 병원 접근성, 근무시간 조정 가능성 등은 계층·지역·직종에 따라 편차가 큽니다. 공공은 취약계층 보호를 최우선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3. 정보와 조정의 문제입니다. ‘오늘은 더우니 실외작업을 중지합시다’라는 결정을 개별 사업장이 매번 자율로 내리기 어렵습니다. 폭염 경보와 연계된 작업중지 기준, 공공냉방쉼터 확대, 학교·병원·돌봄기관의 운영지침 등은 중앙·지자체의 표준과 조정이 필요합니다.
  4. 시간 지평이 길기 때문입니다. 건물 단열 보강, 도시 그린인프라(그늘길·쿨루프·물순환), 전력 피크 관리와 송배전망 확충, 재생에너지 전환은 수년~수십 년이 걸립니다. 선거주기보다 긴 사업을 일관되게 추진하려면 공공의 계획과 재정 투입이 필수입니다.

정리하면, 폭염과 기후위기는 공공의 개입 없이 해결될 수 없는 전형적 사회문제입니다. 예방(감축)과 적응(피해 최소화)을 동시에 밀도 있게 추진해야 합니다.


해결의 주체 중 하나: 환경운동연합(KFEM)

다음은 이 문제를 꾸준히 다뤄온 시민환경단체 환경운동연합(KFEM)을 사례로, ①철학 ②정책(활동) ③세력(조직·연대) 측면을 정리합니다.

① 철학(지향, 목표, 이념, 가치)

환경운동연합은 생명, 평화, 생태, 그리고 아래로부터의 참여라는 가치를 핵심에 두고, 시민과 함께 자연과 조화로운 사회를 지향합니다. 1993년 여러 지역 환경단체가 연합해 출범했으며, 지역현안을 넘어 기후정의·탈핵·생물다양성 등 지구적 의제를 시민참여 방식으로 풀어가는 것을 목표로 삼아 왔습니다. 조직의 자기정의 역시 ‘시민과 함께 행동하는 환경단체’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핵심 키워드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생명 중심성, 기후정의, 시민참여, 지속가능한 전환, 지역–전국–국제의 연대 구조. 이러한 가치가 폭염과 같은 기후리스크를 ‘누구나 안전하게 견딜 수 있는 사회’라는 방향으로 해석하게 만듭니다.

② 정책(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

환경운동연합의 기후·에너지 의제는 크게 두 축입니다.

  1.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석탄·핵발전 의존을 줄이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노동자·지역사회가 피해를 떠안지 않도록 법·제도 개선을 요구합니다. 예컨대 탈석탄의 목표·일정·전환지원기구를 법에 명시하고, 발전소 주변지역과 노동자의 ‘정의로운 전환’을 제도화하자는 캠페인을 전개해 왔습니다. 전력생산 구조만 바꾸는 게 아니라, 전환 과정의 공정성까지 함께 설계하자는 접근입니다.
  2. 적응과 시민안전
    도시 폭염 완화를 위한 그늘·녹지·쿨루프 확산, 물순환 회복과 하천 생태계 복원, 열돔 현상과 연계된 건강피해 최소화 지침 보완 등 현장 과제를 발굴·제안합니다. 또한 시민과학을 통해 데이터를 모으고, 지자체 정책에 반영하도록 압력을 형성합니다.

이 외에도 생물다양성 보전, 자원순환(플라스틱 감축), 물 환경 회복 등은 폭염과 연결된 도시열섬·미세먼지·수질 악화 문제를 동시에 개선하는 ‘다중편익’ 활동으로 이어집니다. 한마디로, 감축과 적응을 통합적으로 다루는 정책 포트폴리오를 운영합니다.

③ 세력(조직 구성, 외부 조직화 전략 및 현황)

조직 구조는 중앙사무처와 주제별 팀, 그리고 전국 단위의 지역조직으로 구성됩니다. 중앙에는 에너지기후팀·생태보전팀·자원순환팀 등이 있어 이슈별 전문성을 축적합니다. 동시에 전국 50여 개에 이르는 지역 환경운동연합이 지자체 단위 현안과 주민참여를 조직합니다. 이 이중 구조 덕분에, 국회·정부를 대상으로 한 제도개선 캠페인과 지역의 생활환경 개선을 함께 밀고 나갈 수 있습니다.

외부 연대는 폭넓습니다. 국회·정부와의 정책대화, 학계·전문가 집단과의 연구 협력, 노동·지역 커뮤니티와의 ‘정의로운 전환’ 연대, 국제 네트워크와의 캠페인 동시행동 등이 대표적입니다. 예를 들어 탈석탄 입법 제안처럼 법제화 과제를 설정하고, 시민서명·공청회·정책토론회·미디어 캠페인을 결합해 의제의 사회적 지지를 확장합니다.


폭염·기후위기를 줄이고, 견디는 사회로 가려면

정책 우선순위를 꼽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폭염 적응 표준의 상향
    폭염특보 기준과 연동된 실외작업 중지·단축 의무, 공공냉방쉼터 품질 기준, 취약계층 냉방바우처 확대 등 건강보호 조치를 법제화합니다.
  2. 건물·도시 설계의 전환
    노후주택 단열 보강, 쿨루프·그늘숲·물순환 도시계획을 대규모로 확대합니다. 이는 전기 피크를 낮추고 전력망 안정화에도 기여합니다.
  3. 에너지 전환의 가속과 공정성
    석탄발전 감축 일정을 법으로 확정하고, 재생에너지 인허가·계통 투자를 병행합니다. 동시에 발전 노동자와 지역의 전환지원기금을 상시화합니다.
  4. 데이터 기반 시민참여
    온열질환·전력피크·도시열섬 데이터를 개방하고, 시민과학과 지역조직이 정책 개선을 견인하도록 지원합니다. 시민단체의 감시·제안 기능이 강화될수록 정책의 품질은 올라갑니다.

결국 이 싸움은 기술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누구도 뒤에 남겨두지 않는 전환의 설계, 즉 사회적 합의와 제도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 접합부에서 환경운동연합 같은 시민단체는 시민의 목소리를 모아 제도로 번역하는 ‘정치적 기술’을 수행합니다. 폭염을 견디는 사회는 곧 누구에게나 안전한 사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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