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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대학교

공공책임성의 의의와 유형 및 공공감사가 맡는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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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공공부문에서 신뢰는 공기와 같다. 평소엔 잘 느끼지 못하지만, 흐려지면 바로 숨이 막힌다. 이때 필요한 것이 정부 활동의 결과와 과정을 설명하고, 잘못이 있으면 바로잡도록 만드는 공공책임성이다. 이 글에서는 공공책임성(public accountability)의 의미와 대표적 유형을 정리하고, 공공감사제도가 왜 필요한지 대리인 이론을 중심으로 설명한 뒤, 공공감사가 실제로 책임성 제고에 어떤 경로로 기여하는지 체계적으로 살펴본다.

공공책임성의 의의

공공책임성은 공권력을 위임받은 주체가 그 행위와 성과를 기준에 비추어 설명하고, 평가받고, 필요한 경우 제재나 시정조치를 수용하는 제도적 관계를 뜻한다. 핵심은 세 가지다.

  1. 설명 책임: 무엇을, 왜, 어떻게 했는지 공개적으로 설명한다.
  2. 평가 가능성: 미리 합의된 규범·법령·성과지표에 따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3. 후속 조치: 문제가 확인되면 시정·제재·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이 세 요소가 갖춰져야 책임성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작동하는 장치가 된다.

공공책임성의 주요 유형

학계와 실무에서 자주 언급되는 범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실제 제도는 각 유형이 혼합되어 작동한다.

  • 정치적 책임성: 선거·의회 통제 등 민주적 장치를 통한 책임.
  • 법적·사법적 책임성: 헌법·법률·소송·감사규정 등 준수 여부에 대한 책임.
  • 관료적(행정 내부) 책임성: 상하급 보고·내부 규정·감사·감찰 등 조직 내부 통제.
  • 전문직·윤리적 책임성: 직업적 규범, 윤리강령, 동료평가 등에 기초한 책임.
  • 시장·재정적 책임성: 예산통제, 성과기반 배분, 경쟁·위탁계약 등 재정 구조를 통한 책임.
  • 사회적 책임성: 시민·언론·시민단체의 감시, 정보공개와 참여를 통한 책임.

이 가운데 무엇이 “옳다”가 아니라, 상황에 맞는 조합을 설계하는 일이 중요하다.

공공감사제도의 필요성: 대리인 이론 관점

공공부문은 본질적으로 위임 구조다. 시민(원리) → 선출직·관료(대리인)으로 권한이 넘어가는 순간 정보가 비대칭해진다. 대리인은 현장의 정보를 더 많이 갖고 있고, 원리는 정책 성과를 즉시·정확히 측정하기 어렵다. 그 결과 도덕적 해이(노력 축소, 규정 위반), 역선택(불리한 정보 은폐) 위험이 생긴다.

 

공공감사는 이 간극을 메우는 대표 장치다. 독립적 감사기구가 예산 집행, 정책 이행, 내부통제의 설계·운영 실태를 외부 시각으로 검증함으로써 정보비대칭을 축소한다. 이를 통해 대리인의 행동을 미리 억제하고(억지 효과), 문제를 조기에 발견해 비용을 줄이며(예방 효과), 제도 개선의 근거를 제공한다(학습 효과).

공공감사의 범주와 기준

감사는 보통 다음 세 범주로 구분된다.

  • 재무감사: 재무보고가 사실에 부합하는지 확인한다.
  • 준수감사: 법령·지침·계약 조건을 잘 지켰는지 본다.
  • 성과감사: 경제성(Economy), 효율성(Efficiency), 효과성(Effectiveness), 이른바 3E를 다룬다.

이 위에 데이터 분석, IT·정보보호, 위험기반 접근 등 현대적 기법이 결합한다. 국제적으로는 최고감사기구(예: 감사원)들이 독립성과 품질관리, 윤리 등 공통 원칙을 따르며, 성과감사에서는 정책 설계의 인과관계와 성과지표의 타당성까지 폭넓게 점검한다.

공공감사가 공공책임성을 끌어올리는 경로

감사가 책임성에 기여하는 메커니즘을 단계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투명성 강화
    감사 계획·결과를 공개하면 시민과 의회가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늘어난다. 정보가 공개될수록 대리인의 재량 남용 여지는 줄어든다.
  2. 기준 정렬
    감사는 평가지표, 법령, 내부통제 기준을 명확히 제시·정비하게 만든다. 기준이 명료해질수록 책임의 소재와 범위가 분명해진다.
  3. 억지와 예방
    상시적·위험기반 감사는 부적정 집행의 기대편익을 낮추고, 적발 가능성과 제재 위험을 높여 억지 효과를 낸다. 데이터 기반 표본추출·이상탐지 기법은 예방 효과를 강화한다.
  4. 시정과 제도 개선
    지적·권고는 단순한 처벌을 넘어 통제 절차 개선,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 정보시스템 보완으로 이어진다. 이는 재발 방지와 성과 향상을 동시에 낳는다.
  5. 학습과 신뢰 회복
    정책 성공·실패 요인의 체계적 학습이 쌓이면, 다음 정책 설계의 품질이 올라간다. 시민은 반복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보고서를 접하며 제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한다.

예시로 보는 작동 방식

가령 지역 교통사업에서 예산 초과와 지연이 반복된다고 하자. 성과감사는 다음을 점검한다.

  • 사업 타당성조사에서 수요예측과 비용추정이 현실적이었는가
  • 발주·계약 단계의 경쟁성·공정성이 확보됐는가
  • 공사 관리에서 일정·비용·품질 통제지표가 제대로 작동했는가
  • 사후평가에서 대체수단 대비 편익이 실제로 발생했는가

감사 결과는 계약방식 개선(예: 다년도 성과기반 계약), 위험배분 재설계, 내부통제 보완(변경관리, 공정표 관리 자동화), 데이터 공개 확대 같은 구체적 조치로 이어진다. 이 전 과정이 정치적·법적·사회적 책임성을 동시에 강화한다.

정책 설계자·실무자를 위한 체크리스트

  • 목표와 지표: 산출·성과·영향을 구분하고 검증 가능한 지표를 설정했는가
  • 데이터 거버넌스: 근거 데이터의 품질, 접근권한, 변경이력 관리가 되는가
  • 내부통제: 권한분리, 승인·검토·기록의 3선 통제가 설계·운영되는가
  • 위험기반 접근: 고위험 영역에 감사·모니터링 자원을 우선 배분하는가
  • 공개와 참여: 감사계획·결과 요약본을 시민이 이해할 언어로 공개하는가

맺음말

공공책임성은 하나의 제도가 아니라, 설명·평가·후속조치가 맞물린 생태계다. 그 중심에서 공공감사는 정보비대칭을 줄이고 기준을 정렬하며, 억지·예방·개선·학습의 선순환을 촉발한다. 결국 잘 설계된 감사는 비용을 절약하고 성과를 높이며, 시민이 체감하는 신뢰라는 공기를 맑게 만든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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