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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대학교

구비문학의세계 — 이야기 단위담의 구조와 한국 민속극의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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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비문학은 문자에 의존하지 않고 입에서 입으로 전승되는 문학을 말한다. 그것은 단순히 기록되지 않은 문학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삶 속에서 살아 숨 쉬며 끊임없이 변형되어 온 살아 있는 언어 예술이다. 구비문학은 노래로 불리는 민요와 무가, 이야기로 전해지는 설화, 몸짓과 말로 연행되는 민속극, 그리고 일상의 언어유희인 속담·수수께끼 등 다양한 갈래를 포괄한다. 이 가운데에서도 설화의 구성 원리를 가장 명료하게 드러내는 개념이 바로 ‘이야기 단위담’이며, 연행 예술의 종합적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민속극’이다. 본 보고서에서는 첫째, 설화 연구의 핵심 개념인 이야기 단위담의 정의와 구조, 그 기능과 의의에 대해 서술하고, 둘째, 한국 민속극의 갈래별 양상과 그 미학적·사회적 특징을 살펴본 뒤 본인의 견해를 덧붙이고자 한다.

1. 이야기 단위담에 관하여

1) 단위담의 개념과 등장 배경

이야기 단위담이란 설화를 구성하는 최소의 서사 단위를 일컫는 학술 용어이다. 흔히 우리가 ‘하나의 이야기’라고 부르는 단군신화나 바리데기, 콩쥐팥쥐 같은 작품들은 사실 여러 개의 작은 이야기 마디들이 결합하여 이루어진 복합 서사이다. 가령 단군신화는 ‘환웅의 하강’, ‘웅녀의 인간 변신’, ‘단군의 탄생과 건국’이라는 세 개의 마디로 분절할 수 있고, 바리데기는 ‘일곱째 딸의 버려짐’, ‘서천 서역국의 여행’, ‘약수를 구해 와 부모를 살림’이라는 마디로 나뉜다. 이때 각각의 마디가 그 자체로 하나의 완결된 서사 의미를 지니면서도 더 큰 이야기 안에 결합되는 단위라는 점에서, 이를 ‘단위담’이라 부르는 것이다.

단위담 개념은 구비설화 연구가 양적·질적으로 축적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부각되었다. 동일한 화소가 서로 다른 작품 속에서 반복적으로 발견되고, 또 동일 작품이 채록자나 구연자에 따라 미묘하게 다르게 전승되는 현상을 해명하기 위해서는 작품 전체를 단위로 비교하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작품을 분해하여 더 작은 단위로 나눈 뒤 그 단위들의 결합 방식과 변이 양상을 추적해야 비로소 설화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해명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학문적 요구가 단위담이라는 개념을 정립하게 만들었으며, 오늘날 한국 설화 연구의 가장 기본적인 분석 도구로 자리매김하였다.

2) 단위담의 구조적 특성

단위담은 ‘인물–사건–해결’이라는 세 요소를 갖춘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서사 구조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 규모가 짧고 결합 가능성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일반 서사와 구별된다. 첫째, 단위담은 등장인물의 수가 적고 인물 형상이 단순하다. 주인공과 적대자, 혹은 주인공과 조력자라는 이항 관계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으며, 인물의 내면이 길게 묘사되기보다는 사건의 진행을 위한 기능적 존재로만 그려진다. 둘째, 사건은 하나의 핵심 모티프를 중심으로 응집된다. ‘금지의 위반’, ‘여행과 통과의례’, ‘과제 해결’, ‘재생과 변신’ 같은 모티프가 단위담의 골격을 이룬다. 셋째, 해결은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 종결의 의미를 지닌다. 결혼·재생·복수·획득 등 다양한 결말이 있지만, 그것이 다음 단위담의 출발점이 되도록 열려 있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단위담은 닫힌 구조이면서 동시에 열린 구조라는 양면성을 지닌다. 닫혀 있다는 점에서 그것은 독립된 이야기로서의 완결성을 갖지만, 다른 단위담과 결합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 큰 서사로 확장될 수 있다. 가령 ‘버려진 아이가 자라서 영웅이 된다’는 단위담은 그 자체로 완결적이지만, ‘버려진 아이가 약수를 구한다’, ‘약수로 죽은 부모를 살린다’ 같은 단위담과 결합되면 바리데기의 전체 서사가 된다. 이러한 결합 가능성이 구비설화의 무한한 변이를 가능하게 만든 핵심 동력이다.

3) 신화·전설·민담 속의 단위담

단위담은 설화의 세 갈래인 신화·전설·민담 모두에 적용되는 개념이다. 다만 갈래에 따라 단위담의 결합 방식과 의미 부여 방식이 달라진다. 신화의 경우 단위담은 신성성을 부여받은 인물의 행위가 우주적 질서를 형성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단군신화에서 환웅이 풍백·우사·운사를 거느리고 하강하는 단위담은 단순한 ‘하강 사건’이 아니라, 천상과 지상의 통로를 여는 우주적 행위로 해석된다. 곰과 호랑이가 동굴에서 마늘과 쑥을 먹는 단위담 역시 동물에서 인간으로의 변신이라는 통과의례적 의미를 지니며, 이는 한민족의 기원을 신성한 시간 속에 정초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전설의 경우 단위담은 특정한 시간과 장소, 인물에 결박된 채 ‘사실성’의 외피를 두른다. 아기장수 전설은 ‘날개 달린 아이의 탄생’, ‘부모에 의한 죽임’, ‘용마의 출현과 좌절’이라는 세 개의 단위담으로 구성되는데, 각 마디는 구체적인 마을과 바위, 우물 등의 지명에 결부되어 있다. 같은 모티프의 단위담이라 하더라도 신화는 그것을 시원의 사건으로, 전설은 비극적 좌절의 흔적으로 의미화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분명하다. 민담의 경우 단위담은 그 보편성과 흥미성이 극대화된다. 콩쥐팥쥐의 ‘계모의 학대’, ‘과제 해결과 조력자의 도움’, ‘잔치와 신랑 만남’, ‘죽음과 재생’이라는 단위담들은 시공의 구속을 벗어나 어디서든 통할 수 있는 보편적 서사로 정착하였다.

4) 단위담의 결합 원리

단위담은 단순히 시간 순서대로 나열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결합 원리에 따라 짜여진다. 가장 흔한 원리는 ‘반복과 점층’이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단위담이 두세 번 반복되면서 그 강도가 점점 강해지는 구조이다. 셋째 딸이 부모를 살린다는 민담에서 흔히 보이는 ‘세 자매의 시험’이 대표적이다. 첫째와 둘째는 실패하고 셋째만이 성공하는 구도는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듣는 이로 하여금 결말에 대한 기대를 점점 고조시키는 미적 장치이다. 둘째는 ‘대비와 균형’이다. 콩쥐와 팥쥐, 흥부와 놀부, 호랑이와 토끼처럼 대조되는 두 인물의 단위담을 병치함으로써 선악·우열의 가치 판단을 부각하는 방식이다. 셋째는 ‘여행과 귀환’ 구조이다. 주인공이 떠나서 시련을 겪고 돌아오는 큰 틀 안에 여러 개의 작은 단위담이 끼워지는 방식으로, 바리데기·심청전·서대주전 등 여러 구비설화에서 반복적으로 발견된다.

이러한 결합 원리는 구연자의 기억을 돕는 장치이기도 했다. 문자에 의지하지 않는 구비전승에서 긴 이야기를 통째로 외워서 전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작은 단위담들과 그 결합 패턴만 익혀두면, 구연자는 청중과 상황에 따라 단위담을 가감·치환하면서 이야기를 자유롭게 재구성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단위담은 구비전승을 유지시킨 ‘기억의 기술’이자 ‘창작의 자유로움’을 보장하는 장치였다고 할 수 있다.

5) 단위담의 의의와 본인의 견해

단위담 개념은 한국 구비설화의 풍부한 변이를 학술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유력한 틀을 제공한다. 같은 단군신화라 하더라도 지역에 따라 곰과 호랑이의 역할이 다르게 묘사되는 이유, 같은 콩쥐팥쥐라 하더라도 구연자에 따라 결말이 다양해지는 이유는 단위담의 결합과 치환이라는 메커니즘으로 설명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한국 설화와 동아시아·세계 설화의 비교 연구에서도 단위담은 결정적 도구로 기능한다. ‘버려진 아이의 영웅 성장’이라는 단위담은 한국의 바리데기뿐 아니라 모세 이야기, 페르세우스 신화 등에서도 발견되는데, 단위담 단위로 비교할 때 비로소 공통점과 차이점이 선명해진다.

본인의 견해를 덧붙이자면, 단위담은 단지 옛 이야기 분석의 도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콘텐츠 창작의 원리로도 응용할 수 있다고 본다. 드라마·웹툰·게임 등 현대 서사 콘텐츠는 ‘에피소드 구조’를 기본으로 삼는데, 이 에피소드 단위가 바로 단위담의 현대적 변형이라 할 수 있다. 한 회분의 드라마가 독립적 완결성을 가지면서도 전체 서사에 기여하도록 짜이는 방식, 게임의 퀘스트 하나하나가 독립된 미션이면서 큰 메인 스토리에 결합되는 방식 등은 단위담의 결합 원리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따라서 구비설화의 단위담 연구는 과거 유산의 해명을 넘어 한국 서사 문화의 보편 원리를 탐구하는 작업이며, 미래 콘텐츠의 창작 원천으로 끊임없이 재해석될 가치가 있다.

2. 한국 민속극의 양상과 특징

1) 민속극의 개념과 갈래

민속극은 일반 민중이 자신들의 삶 속에서 만들어내고 전승해 온 연극 예술을 가리킨다. 궁중의 정재나 사대부의 사장극과는 달리, 마을 공동체나 떠돌이 광대패의 손에 의해 연행되었으며, 그 무대 또한 정해진 극장이 아니라 마당·장터·산기슭이었다. 한국의 민속극은 크게 가면극, 인형극, 무극의 세 갈래로 나뉜다. 가면극은 가면을 쓴 배우가 등장하여 춤과 재담을 펼치는 형태이며, 인형극은 인형을 조종하면서 대사와 행위를 이끌어가는 형태이다. 무극은 무당의 굿 가운데 연극적 요소가 발달한 형태로, 의례와 연희가 결합한 특수한 갈래이다. 이 세 갈래는 각기 다른 발생 배경과 미학적 특성을 지니지만, 모두 공동체의 정서를 표현하고 사회적 모순을 풍자한다는 점에서 공통의 토대 위에 서 있다.

2) 가면극의 양상

한국 가면극은 흔히 ‘탈춤’으로 불리며, 지역에 따라 황해도의 봉산탈춤·강령탈춤, 경기도의 양주별산대놀이·송파산대놀이, 경상도의 하회별신굿탈놀이·통영오광대·고성오광대·동래야류·수영야류 등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봉산탈춤은 일곱 과장으로 구성되어, 사상좌춤·팔목중춤·사당춤·노장춤·사자춤·양반춤·미얄춤이 차례로 펼쳐진다. 노장 과장에서는 파계승의 타락이 풍자되고, 양반 과장에서는 양반의 무지와 허세가 가차 없이 조롱되며, 미얄 과장에서는 가부장적 가족 관계와 처첩 갈등이 비극적으로 그려진다. 통영오광대와 고성오광대 등 영남의 오광대 계열은 ‘다섯 광대’가 등장하는 다섯 마당의 구성을 갖추며, 문둥이 과장처럼 사회적 약자의 한을 형상화한 대목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마을굿과 결합된 가면극으로, 안동 하회마을의 동제 의례 일부로 연행되었다. 주지마당·백정마당·할미마당·파계승마당·양반선비마당 등 여러 마당이 이어지는데, 특히 양반과 선비가 한 미인을 두고 다투는 장면은 양반층의 위선을 폭로하는 데 탁월하다. 하회탈은 한국 가면 예술의 백미로 평가받으며, 인물의 성격이 가면의 표정 속에 응축되어 표현된다. 가면극은 가면이라는 익명의 장치를 통하여 신분 질서를 일시적으로 무화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 양반을 연기하는 광대가 양반의 가면을 쓰는 순간, 그 가면은 양반 그 자체이면서 동시에 양반에 대한 풍자의 거리를 확보하는 장치가 된다.

3) 인형극의 양상

한국의 대표적 인형극은 ‘꼭두각시놀음’ 또는 ‘박첨지놀이’로 불리는 떠돌이 광대 ‘남사당’의 연희 종목이다. 남사당패는 풍물·버나·살판·어름·덧뵈기·덜미라는 여섯 가지 놀이를 행하였는데, 이 가운데 덜미가 바로 인형극을 가리킨다. 꼭두각시놀음은 박첨지·꼭두각시·홍동지·평안감사 등 다양한 인형이 등장하여 사회 풍자와 익살을 펼친다. 박첨지가 평안감사의 행차를 지켜보다 홍동지에게 길을 치우게 하는 장면, 평안감사가 매사냥 도중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는 장면, 절을 짓고 헐어버리는 장면 등은 권력과 종교의 부조리를 직설적으로 풍자한다.

꼭두각시놀음의 미학적 특징은 인형이 가진 ‘비인간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에 있다. 인형은 사람이 아니기에 어떤 발언도 어떤 행위도 가능하다. 사람이라면 차마 말할 수 없는 권력 비판도 인형의 입을 빌리면 가능해진다. 또한 인형은 죽거나 부서져도 다시 살아나기에, 죽음과 부활이라는 신화적 모티프를 무한히 변주할 수 있다. 인형극의 연희자는 무대 뒤편에서 인형을 조종하면서 동시에 대사를 읊고, 무대 앞쪽에는 ‘산받이’라 불리는 대화 상대자가 배치되어 인형과 문답을 주고받는다. 이러한 이중의 발화 구조는 인형극의 풍자적 거리감을 더욱 강화한다.

4) 무극(굿놀이)의 양상

무극은 무당의 굿 속에서 연극적 요소가 발달한 갈래이다. 동해안별신굿의 ‘거리굿’, 황해도굿의 ‘영산할아맘 거리’, 진도씻김굿의 일부 거리,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의 잡색놀이 등이 이에 해당한다. 무극은 신을 모시는 의례이면서 동시에 인간을 즐겁게 하는 연희라는 점에서 ‘성과 속의 결합’이라는 독특한 미학을 지닌다. 동해안별신굿의 거리굿에서는 무당이 손님을 맞이하는 시늉, 부부싸움을 흉내 내는 시늉, 장사꾼이 흥정하는 시늉 등을 펼치는데, 신성한 굿판 한가운데에서 일상의 풍속을 익살스럽게 재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무극은 가면극·인형극과 달리 특별한 무대장치나 가면을 요구하지 않는다. 무당 자신이 곧 배우이고, 굿판이 곧 무대이며, 굿거리의 진행 자체가 극의 구성이 된다. 따라서 무극의 즉흥성과 현장성은 다른 어떤 민속극보다 강력하다. 무당은 청중의 반응에 따라 거리의 길이와 내용을 조절하고, 마을마다 다른 지역적 화소를 삽입한다. 이러한 유연성 덕분에 무극은 마을 공동체의 실제 삶을 가장 가깝게 반영하는 연극이 될 수 있었다.

5) 한국 민속극의 공통 특징

한국 민속극은 가면극·인형극·무극이라는 서로 다른 갈래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을 공유한다. 첫째는 ‘현장성’이다. 민속극은 정해진 대본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연희자와 청중이 같은 자리에 모여 그 자리에서 함께 만들어 가는 예술이다. 청중의 추임새와 야유, 박수와 웃음이 연희의 흐름을 결정하며, 연희자는 청중의 반응을 즉각 반영하여 대사와 동작을 조절한다. 둘째는 ‘공동체성’이다. 민속극은 한두 명의 천재적 예술가가 만드는 작품이 아니라, 마을 공동체나 광대 집단의 협업과 전승 속에서 형성된 집단의 예술이다. 가면 하나, 인형 하나, 굿거리 하나에도 수많은 사람의 손과 입과 몸이 깃들어 있다.

셋째는 ‘풍자성’이다. 민속극은 권력·종교·신분 질서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담아낸다. 양반의 위선, 승려의 타락, 부패한 관리의 횡포가 가면과 인형의 입을 통해 거리낌 없이 폭로된다. 평소에는 말할 수 없는 사회적 모순이 가면이라는 익명의 외피, 인형이라는 비인간의 외피, 굿이라는 신성의 외피 아래에서 자유롭게 표출되는 것이다. 넷째는 ‘즉흥성’이다. 민속극에는 절대적인 대본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략의 줄거리와 주요 대사만이 전승될 뿐, 세세한 부분은 연희자의 재량에 맡겨진다. 같은 봉산탈춤도 연희자에 따라 다르고, 같은 꼭두각시놀음도 공연 때마다 다르다. 이러한 즉흥성은 민속극을 살아 있는 예술로 만드는 원동력이다.

다섯째는 ‘제의성과 오락성의 결합’이다. 한국 민속극의 뿌리는 마을굿과 농경 의례에 닿아 있다.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비는 의례 속에서 가면을 쓰고 춤을 추는 행위가 연희로 발전하였고, 그 과정에서 오락적 요소가 점차 강화되었다. 그러나 오락성이 강조된 후에도 민속극은 결코 의례적 성격을 완전히 벗어버리지 않았다. 하회별신굿탈놀이가 마을굿과 결합되어 있고, 무극이 굿의 일부로 연행된다는 사실은 이 점을 잘 보여준다.

6) 본인의 견해와 현대적 의의

한국 민속극은 오랜 세월 외래 문화의 거센 흐름 속에서도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왔다. 그러나 산업화·도시화의 거센 물결 속에서 그 전승 기반이 점차 약화된 것도 사실이다. 마을 공동체가 해체되고 광대 집단이 사라지면서, 민속극은 무형문화재라는 보존 제도 속에서 그 명맥을 유지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한편으로는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민속극이 ‘박제된 전통’으로 굳어질 위험을 내포한다.

본인의 견해로는 한국 민속극의 진정한 의의는 그 풍자 정신과 즉흥성에 있다고 본다. 가면을 쓰고 권력을 조롱하고, 인형의 입을 빌려 부조리를 폭로하며, 굿판에서 일상을 패러디하는 그 정신은 결코 박물관에 가둘 수 없는 살아 있는 예술혼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풍자 예술·실험극·마당극은 모두 민속극의 정신을 자양분으로 삼아 자라났으며, 앞으로도 민속극의 현장성·공동체성·풍자성은 한국 연극의 가장 깊은 뿌리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민속극을 보존한다는 것은 단지 가면과 인형을 보관하는 일이 아니라, 그 자유분방한 정신을 오늘의 무대에서 새롭게 재현하는 일이어야 한다. 민속극이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의 예술’로 살아 있을 때, 한국 구비문학의 세계는 그 진정한 면모를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이상으로 이야기 단위담의 구조와 한국 민속극의 양상에 대해 서술하였다. 두 주제는 서로 다른 갈래를 다루지만, 결국 ‘구비문학이 어떻게 짜여 어떻게 살아남았는가’라는 동일한 질문에 답하는 두 갈래의 통로라 할 수 있다. 단위담이 설화의 짜임을 설명하는 미시적 단위라면, 민속극은 그 짜임이 몸과 목소리로 펼쳐지는 거시적 무대이다. 두 영역을 함께 들여다볼 때, 우리는 구비문학이 단지 옛 이야기와 옛 놀이의 모음이 아니라, 한국인의 삶과 정서, 사회적 모순과 그에 대한 응답이 응축된 거대한 예술적 유산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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