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관광지출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높이기 위한 지자체 차원의 실천 가능한 방안
관광지출은 숙박·식음·교통·쇼핑·체험 등 다양한 업종으로 흘러들어가면서 직접효과뿐 아니라 간접효과와 유발효과를 동시에 만들어내는 대표적 외화·외부소득 유입 경로다. 그러나 동일한 규모의 관광객이 방문하더라도 그 지출이 지역 내에 얼마나 머무르느냐, 다시 말해 지역 내 재투입률(local multiplier)이 얼마나 높은가에 따라 파급효과는 크게 갈린다. 외지 자본이 운영하는 대형 프랜차이즈와 면세점 중심의 단체관광 구조에서는 매출의 상당 부분이 본사 회계로 이전되어 지역에 남는 부가가치가 의외로 적다. 따라서 지자체 차원에서 관광지출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방문객 수 증대’가 아니라 ‘지역 내 지출 정착률 제고’를 핵심 목표로 삼아야 한다.
첫째,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과 관광 결제의 연계가 가장 직접적인 수단이다. 강원특별자치도, 전라남도 일부 시·군에서는 외지 관광객이 일정 금액 이상을 지역화폐로 충전하면 10~15%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가맹점은 동네 식당·전통시장·소상공인 카페로 한정한다. 이렇게 되면 외지인의 지출이 대형 유통망을 우회하여 곧바로 골목상권으로 흘러간다. 지자체는 결제 데이터를 익명화하여 분석함으로써 어느 동선·어느 시간대에 지출이 집중되는지 파악하고, 그 결과를 다시 관광 동선 설계와 야간경제 진작 정책에 환류할 수 있다. 단순한 할인 마케팅을 넘어 ‘데이터 기반 지역경제 순환 모형’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둘째, 관광두레와 같은 주민 주도형 사업체 발굴·육성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추진해 온 관광두레는 2025년 기준 누적 147개 지역에서 1,305개 주민사업체를 발굴·운영하고 있다. 마을 단위 협동조합 형태로 게스트하우스, 농가맛집, 체험프로그램, 로컬 가이드 사업을 직접 운영하기 때문에 관광매출이 외지 자본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그대로 마을 재투자로 이어진다. 지자체는 사업 초기에 컨설팅·디자인·예약 플랫폼 입점 비용을 지원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행정 의존을 줄여 자생력을 확보하도록 출구 전략을 설계해야 한다. 특히 1차 산업과 관광을 결합한 ‘농어촌융복합산업(6차산업)’ 인증 사업체와 관광두레를 통합 브랜딩하면 지역 농수산물의 부가가치까지 함께 끌어올릴 수 있다.
셋째, 경유형 관광지를 체류형 목적지로 전환해야 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과 광역 연구원들이 반복적으로 지적해 온 바와 같이, 한국의 지역 관광은 평균 체류시간이 짧고 1인당 지출이 낮은 ‘스쳐가는 관광’ 구조다. 충청남도와 울산광역시 연구원 보고서는 짧은 체류와 낮은 숙박일수가 지역 부가가치 누수의 핵심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따라서 지자체는 ‘1박 이상 머물게 만드는’ 콘텐츠를 의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경남 통영시는 욕지도에서 3박 4일~4박 5일짜리 ‘우리가 바라던 섬, THE 욕지’ 생활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평균 체류일수와 1인당 지출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짧게 다녀가는 단체관광을 줄이고, 워케이션·한달살이·생활관광·웰니스 투어 같은 장기 체류 모델을 발굴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넷째, 야간관광(night-time economy)의 체계적 조성이다. 전북 무주군의 반딧불이 신비탐사와 무주안성낙화놀이는 유료 사전예약제로 운영되며 야간 시간대의 체류와 객단가를 동시에 높인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다. 야간경관 조명, 야시장, 야간 박물관, 별빛 트레킹 등 ‘해가 진 뒤의 콘텐츠’가 있어야 관광객이 1박을 결정하고, 그 1박이 숙박·심야 식음·교통·기념품 매출로 이어진다. 지자체는 야간시간대 안전(가로등·CCTV·심야 셔틀버스), 인접 상권의 영업시간 연장 인센티브, 야간경관 조례 정비를 패키지로 추진해야 실효성이 생긴다.
다섯째, 로컬 콘텐츠·로컬 브랜드와 관광의 결합이다. 제주의 ‘제주맥주’, 강릉의 ‘테라로사·보헤미안’, 양양의 서핑 브랜드처럼, 지역 정체성을 담은 로컬 브랜드는 관광객의 지출을 ‘기념품’이 아닌 ‘경험’으로 전환시켜 객단가를 끌어올린다. 지자체는 로컬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빈집·폐교·폐산업시설을 리모델링한 거점공간을 저렴한 임대로 제공함으로써 청년 창업과 관광 활성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여섯째, 공공조달과 관광의 연계다. 관광객에게 제공되는 도시락·기념품·체험키트의 원재료를 ‘지역 농수산물 우선구매’ 원칙으로 운영하면, 관광 매출이 1차 산업 매출로 이어지는 산업연관표상의 후방 연관효과가 커진다. 또한 지자체가 운영하는 컨벤션센터·관광지 매점·문화시설에서 지역 농수산물·로컬 브랜드 제품을 우선 진열하는 ‘로컬 우선 매대’ 정책은 그 자체로 강력한 지역경제 승수효과를 만든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모든 정책은 성과지표를 ‘방문객 수’가 아니라 ‘1인당 지역 내 지출액’과 ‘지역 내 재투입률’로 재설정할 때 비로소 작동한다. 방문객 수에 매몰된 단기 성과 경쟁은 무료 행사 남발과 보조금 의존 구조를 낳기 쉽다. 지자체가 관광정책을 ‘지역 부가가치 정책’의 일환으로 재정의할 때, 관광지출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비로소 지역민의 삶의 질로 환원된다.
2. 과잉관광(over-tourism)의 발생 원인과 해결 방안
과잉관광이란 특정 지역의 사회적·물리적·환경적 수용력을 초과하는 수준으로 관광객이 집중되어 주민의 일상생활과 도시 인프라, 자연환경, 문화경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현상을 말한다. 단순한 ‘관광객 증가’와 구별되는 핵심은 ‘수용력의 초과’라는 점이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거주 인구가 1951년 17만 5천여 명에서 현재 4만 9천 명 미만으로 줄어든 반면 연간 방문객은 2,500만~3,000만 명에 달해 ‘도시가 박물관화·관광지화’되는 극단적 사례를 보여 준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2024년 이후 주민들이 관광객에게 물총을 쏘고 그래피티로 ‘관광객은 돌아가라(Tourists go home)’를 적는 시위가 반복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제주의 폐기물 처리 비용 급증, 북촌한옥마을·이화벽화마을·전주한옥마을 주민의 사생활 침해, 부산 감천문화마을·이기대공원 인근의 교통 혼잡 등 유사한 양상이 나타난다.
발생 원인은 다층적이다. 첫째, 저비용항공(LCC)의 폭발적 확산과 크루즈 관광의 대중화다. 저렴한 항공권과 대형 크루즈선의 등장으로 한 도시에 하루 수천 명의 단기 방문객이 동시에 쏟아진다. 둘째, 소셜미디어와 알고리즘 기반 추천의 ‘쏠림 효과’다. 인스타그램·틱톡·유튜브에서 특정 골목, 특정 카페, 특정 전망대가 ‘인생샷 명소’로 떠오르면 그 좁은 공간에 방문객이 비정상적으로 몰린다. 셋째, 숙박 플랫폼의 단기임대화다. 에어비앤비 등의 등장으로 주거용 주택이 단기 숙박으로 전환되면서 임대료가 폭등하고 원주민이 외곽으로 밀려나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이 가속화된다. 넷째, 공급 측면의 인프라 한계다. 도로·상하수도·폐기물처리·대중교통이 관광객 유입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다섯째, 관광정책의 성과지표 왜곡이다. 지자체와 국가가 ‘방문객 수’ ‘외국인 관광객 수’를 핵심 성과로 내세우는 한, 과잉 유치 경쟁은 멈추기 어렵다.
해결 방안 또한 다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첫째, 시간적·공간적 분산(dispersion) 전략이다. 베네치아는 2024년부터 주말과 공휴일 당일치기 방문객에게 5유로의 도시 입장료를 부과하여 방문 시점을 분산시키고 있다. 일본 교토는 특정 시간대 관광버스의 시내 진입을 제한하고, 인근 우지·후시미 지역으로 동선을 유도하는 ‘분산형 관광권역’ 정책을 시행 중이다. 한국에서는 제주 동·서부의 알려지지 않은 마을, 강원 인제·정선 같은 ‘세컨드 시티’로의 분산 마케팅이 같은 맥락의 정책이다. 둘째, 수용력 기반 총량 관리다. 환경부·국립공원공단이 운영하는 ‘탐방예약제’처럼, 일정 인원만 사전 예약으로 받는 방식은 자연환경 보호와 방문 만족도 제고에 효과적이다. 한라산 탐방예약제, 성산일출봉 입장 시간대 분산이 대표적이다.
셋째, 경제적 가격 메커니즘의 도입이다. 바르셀로나는 고급 호텔 투숙객의 관광세를 1박당 6.75유로로 인상했고, 암스테르담은 크루즈 입항세를 강화했다. 한국에서도 제주도가 2023년 ‘환경보전분담금(입도세)’ 도입을 논의했으나 관광 위축 우려로 보류된 바 있다. 이때 핵심은 ‘세금을 걷느냐’가 아니라 ‘걷은 돈을 무엇에 쓰느냐’다. 관광세 수입을 폐기물 처리, 상수원 보호, 주민 임대주택 공급, 노후 관광 인프라 정비 등 ‘관광으로 인해 발생한 외부비용 보전’에 명확히 사용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을 때 도입의 정당성이 확보된다.
넷째, 단기임대 규제와 주거권 보호다. 바르셀로나 시정부는 2028년까지 도심 단기임대 면허를 전면 폐지하기로 했고, 베를린·파리·뉴욕 등도 연중 임대 가능 일수를 제한한다. 한국도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공유민박업의 영업일수와 거주요건을 보다 엄격히 적용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주민·관광객·사업자 간 거버넌스 구축이다. 북촌한옥마을은 ‘관광 허용 시간대(오전 10시~오후 5시) 가이드라인’과 ‘정숙 보행 캠페인’을 주민협의체와 함께 운영한다. 주민이 관광정책의 의사결정 주체로 참여해야 ‘관광객 혐오 정서’가 ‘공존의 규범’으로 전환된다.
여섯째, 공급 인프라의 동시 확충이다. 분산·총량관리·세금만으로는 이미 발생한 혼잡을 해결할 수 없다. 대중교통 증편, 분리수거 시설 확충, 다국어 안내체계 정비, 공중화장실·쉼터 같은 ‘관광 기본 인프라’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속가능한 관광(sustainable tourism)’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근본 처방이다. UNWTO(세계관광기구)가 강조하듯, 관광은 ‘방문객의 권리’가 아니라 ‘방문지 주민의 동의 위에서만 작동하는 활동’이다. 관광객 수 극대화에서 ‘방문객·주민·환경·문화’ 네 주체의 균형으로 목표를 옮길 때 과잉관광은 비로소 ‘잘 관리되는 관광’이 된다.
3. 관광학개론에서 소개하는 관광사업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업과 그 이유 — MICE 산업
관광학개론에서 다루는 관광사업은 통상 여행업, 숙박업, 관광교통업, 관광편의시설업, 카지노업, 유원시설업, 국제회의업(MICE) 등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분야는 국제회의·전시·인센티브 관광을 포괄하는 MICE 산업이다. MICE는 Meeting(기업회의), Incentive Tour(포상관광), Convention(국제회의), Exhibition/Event(전시·이벤트)의 머리글자로, ‘비즈니스 목적의 관광’을 총칭한다. MICE를 가장 중요한 관광사업으로 보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1인당 지출 단가가 일반 관광객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한국관광공사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MICE 참가자의 외국인 1인 평균 소비 지출액은 약 279만 7천 원으로, 일반 외래 관광객 1인 평균 지출액(약 144만 6천 원) 대비 약 1.9배 높다. MICE 참가자는 4·5성급 호텔 숙박, 미슐랭급 식음, 전시 부스 임차, 통역·의전 서비스, 동반자 관광 프로그램까지 동시에 소비하기 때문이다. 즉 같은 한 명의 외래객이라도 MICE 참가자는 지역경제에 두 배의 외화를 떨어뜨린다. 직접국내총생산(MDGDP) 약 3조 5,528억 원, 생산유발효과 약 5조 9,268억 원, 부가가치유발효과 약 2조 7,012억 원, 취업유발효과 5만 3천여 명이라는 수치는 MICE가 단순한 ‘회의 산업’이 아니라 국가 경제의 한 축임을 보여 준다.
둘째, 계절성·기후의존성·정치적 변동성에 비교적 강하다는 점이다. 일반 레저관광은 성수기·비수기가 극단적으로 갈리고, 환율·전쟁·전염병에 즉각 영향을 받는다. 반면 MICE는 1~2년 전부터 사전 계약된 기업·학회·국제기구의 일정에 따라 운영되므로 단기 외부충격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또한 학회·산업전시는 비수기에 의도적으로 유치할 수 있어 호텔·항공·외식업의 연중 가동률 평준화에 기여한다. 코로나19 직후 한국 MICE 산업이 하이브리드(현장+온라인) 모델로 빠르게 전환하며 회복력을 보여 준 점도 이러한 산업적 안정성의 방증이다.
셋째, 다른 모든 관광사업과 동시에 연결되는 ‘플랫폼형’ 산업이라는 점이다. 한 건의 국제회의가 개최되면 항공·공항리무진(관광교통업), 5성급 호텔과 한옥스테이(숙박업), 도시투어·DMZ투어(여행업), 컨벤션센터·전시장(관광편의시설업), 카지노·복합리조트, 야간 공연·박물관·면세점·전통시장이 동시에 매출을 일으킨다. MICE는 이 모든 관광사업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주는 허브 산업이다. 동시에 의료·바이오·반도체·뷰티·문화콘텐츠 같은 비관광 산업의 글로벌 비즈니스 채널 역할도 수행하므로, MICE의 성장은 곧 도시 브랜드와 국가 경쟁력의 성장으로 직결된다. 서울 코엑스, 부산 벡스코, 인천 송도컨벤시아, 대구 EXCO, 제주 ICC,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가 도시 경쟁력의 상징으로 기능하는 이유다.
물론 여행업이 ‘관광사업의 출발점’이고, 숙박업이 ‘방문객의 체류 시간을 결정’하며, 관광교통업이 ‘접근성의 토대’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들 산업이 만들어 내는 부가가치는 결국 ‘얼마나 부가가치가 높은 방문객을 유치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MICE는 그 ‘질 높은 방문객’을 가장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동시에, 다른 관광사업의 매출을 동반 성장시키는 승수형 산업이다. 더 나아가 MICE는 도시의 지식·산업·문화 자산을 글로벌 시장에 노출시키는 ‘비관광적 효과(soft power)’까지 만들어 낸다. 한국이 K-컬처·K-콘텐츠를 세계에 알리는 과정에서 K-MICE가 동반 성장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관광학개론이 소개하는 여러 관광사업 가운데 MICE 산업이 ‘가장 중요한 관광사업’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다만 MICE 산업의 성장이 곧 지역민의 삶의 질로 이어지려면, 앞서 1·2장에서 살펴본 ‘지역 내 지출 정착률 제고’와 ‘수용력 관리’가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MICE 행사 참가자가 지역화폐로 결제하도록 유도하고, 관광두레 사업체가 운영하는 로컬 다이닝·체험 프로그램을 의전 일정에 포함하며, 동선을 분산하여 특정 거리에 혼잡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율하는 식이다. 곧 ‘MICE 중심의 관광 고도화 + 지역 순환경제 + 지속가능성’의 삼각구조가 함께 작동할 때, MICE 산업은 관광학개론이 지향하는 ‘사람과 지역, 환경이 함께 성장하는 관광’의 가장 강력한 실천 도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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