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방송통신대학교

국제스포츠 공정성의 세 축: WADA·ITA·CAS의 역할과 기능에 관한 고찰

728x90
반응형
728x170

서론 — 왜 세 기구를 함께 이해해야 하는가

현대 국제스포츠는 단순한 신체 경쟁의 장이 아니라 거대한 산업이자 외교 무대이며, 동시에 수많은 분쟁이 발생하는 법적·윤리적 공간이다. 1990년대 후반 투르 드 프랑스의 대규모 약물 적발 사건은 스포츠계가 더 이상 종목별 연맹의 자율 규제만으로는 도핑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또한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전후한 러시아의 국가 주도 도핑 스캔들은 검사 주체와 피검사 대상이 분리되지 않으면 결과의 신뢰가 무너진다는 점을 보여 주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제스포츠의 공정성을 떠받치는 세 개의 핵심 기구가 자리를 잡았다. 곧 세계도핑방지기구(WADA), 국제검사기구(ITA), 스포츠중재재판소(CAS) 이다. WADA는 규범을 만들고, ITA는 그 규범에 따라 검사를 집행하며, CAS는 그 결과를 둘러싼 분쟁을 최종적으로 판단한다. 본 보고서는 세 기구의 설립 배경과 주요 역할, 구체적 사례를 정리한 뒤 필자의 견해를 덧붙이고자 한다.

세계도핑방지기구(WADA)의 설립 배경과 역할

세계도핑방지기구는 1999년 11월 10일 스위스 로잔에서 비영리 독립 재단으로 설립되었다. 직접적 계기는 1998년 투르 드 프랑스에서 경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다량의 금지 약물을 적발한 페스티나(Festina)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자전거 경기뿐 아니라 전 종목에서 약물 사용이 만연해 있다는 사실을 폭로하였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999년 2월 로잔에서 제1차 세계도핑방지회의를 개최하여 「로잔 도핑방지 선언」을 채택하였다. 선언의 핵심은 종목 단체와 정부로부터 독립된 국제기구를 신설한다는 것이었고, 그해 11월 WADA가 출범하였다. 운영 자금은 IOC와 각국 정부가 절반씩 부담하는 구조로, 이는 스포츠계와 공권력이 동시에 책임을 진다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WADA의 핵심 역할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세계도핑방지규약(World Anti-Doping Code, WADC)의 제·개정이다. 2003년 코펜하겐에서 처음 채택된 WADC는 이후 2009·2015·2021·2027년판까지 개정되며 모든 종목과 모든 국가에 통일된 도핑 규제 기준을 적용하는 근간이 되었다. 둘째, 금지약물·금지방법 목록(Prohibited List)의 매년 갱신이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펩타이드 호르몬, 베타-2 작용제, 이뇨제뿐 아니라 유전자 도핑까지 포함하는 이 목록은 1월 1일 자로 효력을 발휘한다. 셋째, 각국 도핑방지기구(NADO)와 종목별 국제연맹(IF)의 규약 준수 여부 감독이다. WADA는 자체적으로 직접 검사를 수행하기보다 표준을 제시하고 이행을 점검하는 규범 설정자이자 감시자의 위치를 점한다.

대표적 사례가 2014~2015년 러시아 국가 주도 도핑 스캔들이다. 캐나다 변호사 리처드 매클래런이 작성한 두 차례 보고서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30개 종목에 걸쳐 1천여 명의 러시아 선수가 모스크바 실험실의 검체 바꿔치기 시스템에 연루되었음을 폭로하였다. WADA는 2015년 11월 러시아도핑방지기구(RUSADA)의 자격을 정지시켰고, 2019년에는 러시아 선수단의 올림픽·월드컵 등 주요 국제대회 출전을 4년간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은 WADA가 단순한 학술기구가 아니라 강력한 제재 권능을 가진 국제 규범 기구임을 명확히 보여 주었다.

국제검사기구(ITA)의 설립 배경과 기능

WADA가 규범을 만든다면, 그 규범을 실제 현장에서 집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 국제검사기구이다. ITA는 2018년 7월 스위스 로잔에 비영리 재단 형태로 출범하였다. 설립 배경은 명확하다. 러시아 스캔들 이후 종목별 국제연맹이 자신의 종목 선수에 대한 도핑 검사를 직접 관리하는 기존 체제로는 이해 충돌을 피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즉 흥행과 스폰서십의 이해관계가 있는 연맹이 자기 선수의 검사·제재까지 맡는 것은 본질적으로 모순이라는 지적이었다. 이에 IOC와 WADA의 공동 후원 아래, 검사의 기획·실행·결과관리(Results Management)를 종목 단체로부터 완전히 분리시켜 위임받는 독립 기관으로서 ITA가 신설되었다.

ITA의 기능은 크게 네 가지이다. 첫째, 검사 계획 수립과 표적 검사(Test Distribution Plan)이다. ITA는 선수의 위험도(performance level, 약물 패턴, 종목 특성)를 분석하여 누구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검사할지 정한다. 둘째, 경기 기간 검사(In-Competition Testing)와 비경기 기간 검사(Out-of-Competition Testing)의 실행이다. 도쿄 2020, 베이징 2022, 파리 2024 올림픽에서 ITA는 IOC로부터 검사권을 위임받아 모든 종목의 도핑 통제를 총괄하였다. 셋째, 결과관리와 사건 처리(Results Management & Case Management)이다. 양성 반응이 나온 선수에 대한 청문, 자격정지 제안, 항소 대응까지 일관된 절차로 처리한다. 넷째, 정보·조사(Intelligence & Investigations)이다. ITA는 매클래런 보고서 자료와 LIMS(실험실 정보관리 시스템) 데이터를 활용해 러시아 레슬링 선수 빌랄 마호프를 비롯한 다수의 선수를 제재한 바 있다. 이는 종이 위 규약이 실제 처벌로 이어지기까지의 마지막 다리를 ITA가 놓고 있음을 보여 준다.

현재 70개 이상의 국제연맹·메이저 이벤트 조직위가 ITA에 검사 업무를 위임하고 있으며, 국제역도연맹(IWF), 국제바이애슬론연맹(IBU), UEFA, FIFA 일부 대회 등이 대표적이다. 위탁 범위가 빠르게 확대되는 까닭은 단순하다. 자기 종목 단체가 직접 검사하는 것보다 외부 독립 기관이 검사하는 편이 결과의 신뢰도와 대중 수용성을 동시에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설립 배경과 역할

스포츠중재재판소는 세 기구 가운데 가장 오래된 조직으로, 1984년 IOC 위원장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의 제안에 따라 스위스 로잔에 설립되었다. 1980년대 초반 올림픽 규모가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출전 자격, 결과 인정, 약물 제재 등을 둘러싼 분쟁이 종래의 국가 법원으로 흘러가는 일이 잦아졌고, 이는 국가별 판결의 비일관성, 절차 지연, 비밀유지 곤란이라는 문제를 야기하였다. 사마란치는 스포츠 특유의 신속성과 전문성을 갖춘 독립 중재 기구의 필요성을 역설하였고, 이를 계기로 CAS가 발족되었다. 1994년 파리 협정으로 IOC로부터 형식상 독립한 국제스포츠중재이사회(ICAS)가 CAS를 관리하게 되면서, CAS는 자율성과 공신력을 동시에 확보하였다.

CAS의 구조는 보통중재부(Ordinary Arbitration Division), 항소중재부(Appeals Arbitration Division), 올림픽 특별중재부(Ad hoc Division), 그리고 2016년 도핑 분쟁만을 전담하기 위해 설립된 반도핑부(Anti-Doping Division, ADD)로 구성된다. 본부는 로잔에 두되 시드니·뉴욕 등에 지역 사무소를 운영한다. 판정은 일반적으로 단심제이며, 스위스 연방대법원에 한해 극히 제한적 사유로만 불복할 수 있다. 즉 CAS의 결정은 사실상 스포츠 분쟁의 최종 종착점이다.

대표적 사례 가운데 한국 스포츠계에 가장 잘 알려진 것이 박태환 선수 사례이다. 박태환은 2014년 9월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양성 반응으로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 자격정지와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메달 박탈 처분을 받았다. 이후 대한체육회(KOC)가 "도핑으로 징계받은 선수는 징계 종료 후 3년간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자체 규정을 적용해 2016년 리우올림픽 출전을 막으려 하자, 박태환 측은 CAS에 중재를 신청하였다. 2016년 7월 CAS는 KOC 규정이 "이중처벌 금지 원칙(ne bis in idem)"에 어긋난다고 판단하여 박태환의 리우올림픽 출전을 허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 사건은 한 선수의 항변이 국가 체육 단체의 내부 규정을 뒤집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CAS가 한국 스포츠 행정의 관행을 직접 교정한 사례로서 국내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또 다른 사례는 소치~평창 동계올림픽 사이의 러시아 선수 자격 다툼이다. 2017년 말 IOC가 매클래런 보고서를 근거로 다수의 러시아 선수의 소치 메달을 박탈하고 영구 출전 금지를 부과하자, 선수들은 CAS에 항소하였다. CAS는 42건의 항소 가운데 28건에 대해 "증거가 개인의 도핑 위반을 입증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IOC 결정을 뒤집었고, 나머지 11건의 징계는 유지하되 영구 금지는 2018 평창 한 대회로 제한하였다. 이 결정은 도핑 사건에서 집단적 정황만으로 개별 선수를 처벌할 수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하였으며, 동시에 평창 올림픽 직전 IOC와 CAS 사이의 긴장을 그대로 보여 준 사건이기도 하다. 또한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 당시 피겨스케이팅 선수 카타리나 비트의 출전 자격을 둘러싼 ISU의 자격 규정 해석 분쟁이 CAS에서 다투어진 사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페어 피겨스케이팅의 채점 조작과 공동 금메달 결정 과정에서 CAS가 절차적 정당성을 검토한 사례 등도 CAS의 폭넓은 관할을 보여 주는 예이다.

자신의 견해 — 세 기구가 만드는 견제와 균형, 그리고 남은 과제

세 기구를 함께 살피면 국제스포츠의 공정성이 어떻게 제도적으로 보장되는지가 분명해진다. WADA가 "무엇이 금지되는가"라는 규범을 제정하고, ITA가 "그 규범이 실제로 지켜지는가"를 검사로 확인하며, CAS가 "그 결과가 정당한가"를 사법적으로 판단한다. 입법·집행·사법의 삼권분립이 한 국가의 법치주의를 지탱하듯, 이 세 기구의 분업은 국제스포츠계의 자율적 법치를 가능하게 한다. 특히 ITA가 2018년 출범한 이후 종목 단체가 자기 선수를 검사하던 이해충돌 구조가 깨졌고, 이는 스포츠 결과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는 가장 결정적인 변화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몇 가지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첫째, 검사 인프라의 지역 편차이다. 유럽·북미·동아시아 일부 국가는 조밀한 검사망을 운영하지만, 아프리카·중남미·서아시아 일부 지역은 검사 빈도가 현저히 낮다. 같은 종목, 같은 대회에서 출발선이 다른 셈이다. 둘째, 선수 인권과 절차적 보호의 강화이다. 박태환 사례에서 보듯 도핑 양성 반응 자체가 곧바로 의도된 부정행위를 의미하지는 않으며, 식품·치료 목적 사용(TUE)·오염 검체 가능성 등을 충실히 따지지 않으면 선수의 경력이 부당하게 끊어질 수 있다. 셋째, CAS 결정의 일관성과 투명성이다. 단심제의 효율성은 분명한 장점이지만, 유사 사건에서 결과가 갈리는 경우 그 이유가 공중에게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체육 현장에서 학생을 지도하는 입장에서 보면, 이 세 기구는 단지 엘리트 선수에게만 의미 있는 조직이 아니다. 생활체육 지도자가 학생·동호인에게 영양제·보조제의 위험성을 안내하고, 종목별 자율 규약과 국제규약의 연결 고리를 이해시키며, "결과의 공정"이 단지 운영진의 도덕적 결의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정교한 국제기구 체계로 지탱된다는 점을 가르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교육적 의무이다. 결국 국제스포츠의 공정성은 멀리 로잔의 사무실에서가 아니라 매일의 훈련장과 강의실에서, 그리고 그곳에서 자라난 시민의식 속에서 함께 완성된다고 본다.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