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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대학교

공공경제학: 시장실패의 교정과 정부의 역할(자연독점 가격정책, 공공재 공급, 외부불경제 내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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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경제학은 시장이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달성하지 못하는 시장실패(market failure) 영역에서 정부가 어떻게 개입하여 사회후생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를 분석하는 학문이다. 자유로운 경쟁시장은 일정한 조건이 충족될 때 파레토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달성하지만, 현실에서는 독점, 공공재, 외부효과, 정보의 비대칭성 등으로 인해 그러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 이 보고서는 시장실패의 대표적 세 영역인 자연독점, 공공재 공급, 외부불경제를 차례대로 다룬다. 첫째, 자연독점 산업에서 정부가 채택할 수 있는 한계비용가격정책과 평균비용가격정책의 원리와 한계를 검토한다. 둘째, 공공재의 두 본질적 속성으로부터 시장이 왜 공공재를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없는지를 사무엘슨 조건을 중심으로 논의한다. 셋째, 탄소배출이라는 외부불경제 문제에 대해 유류세가 어떤 효율성 효과를 갖는지 살펴본다.

1. 독점시장에서의 한계비용가격정책과 평균비용가격정책

1.1 자연독점의 발생 원리

독점시장은 일반적으로 단일 공급자가 시장 전체의 수요를 대상으로 가격결정력을 행사하는 구조를 말한다. 그중에서도 자연독점(natural monopoly)은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가 매우 광범위하게 작용하여 단일 기업이 시장 전체의 수요를 공급하는 것이 두 개 이상의 기업이 분할 공급하는 것보다 평균비용을 낮추는 산업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독점이다. 전력·가스·상수도·철도와 같은 망(network) 산업이 대표적인 예에 해당한다. 이들 산업은 거대한 초기 고정비용이 투입되는 반면 추가 한 단위를 공급하는 데 드는 한계비용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생산량이 증가할수록 평균비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장기평균비용곡선의 우하향 구간이 시장수요 범위 전체에 걸쳐 나타난다.

이러한 비용구조에서 다수 기업이 진입하면 각 기업의 평균비용이 높아져 가장 큰 규모의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정부가 사전적으로 진입을 제한하지 않더라도 단일 공급자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며, 그 단일기업이 가격결정력을 행사하여 사회적 비효율을 유발한다. 자연독점기업은 이윤극대화 원리에 따라 MR=MC 지점에서 생산량을 결정하고 수요곡선 상의 가격을 책정하므로 P>MC가 되어 자중손실(deadweight loss)이 발생한다. 정부 개입의 필요성이 여기에서 도출된다.

1.2 한계비용가격정책(MC=P)

한계비용가격정책은 정부가 자연독점기업으로 하여금 가격을 한계비용과 같게 책정하도록 강제하는 규제정책이다. 미시경제학의 효율성 조건에 따르면, 자원배분이 파레토 효율적이기 위해서는 모든 재화에 대해 가격이 한계비용과 일치해야 한다. P=MC가 성립할 때 소비자의 한계지불의사와 사회의 한계생산비용이 일치하므로 사회후생이 극대화된다. 자연독점 시장에서 이 원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독점기업이 책정하던 P>MC의 가격이 한계비용 수준으로 인하되고 생산량은 증가하여 자중손실이 제거된다. 결과적으로 소비자잉여는 크게 증가하고 사회적 총잉여 또한 극대화된다.

그러나 한계비용가격정책에는 본질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자연독점 산업에서는 장기평균비용곡선이 우하향하므로, 한계비용(MC)은 항상 평균비용(AC)보다 낮은 위치에 있다. 따라서 가격을 한계비용과 같게 책정하면 P<AC가 되어, 단위당 평균적으로 (AC-P)만큼의 손실이 발생한다. 즉, 생산량이 증가할수록 적자가 누적되는 구조이다. 이 적자는 누군가가 보전하지 않으면 기업이 장기적으로 존속할 수 없다.

손실 보전의 가장 흔한 방식은 정부의 재정보조금이다. 정부가 일반 조세수입으로 적자를 메워주면 기업은 한계비용가격을 유지하면서도 운영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은 다음 문제를 야기한다. 첫째, 보조금 재원이 되는 조세는 다른 시장에 초과부담(excess burden)을 발생시킨다. 한 시장의 비효율을 제거하는 대가로 다른 시장에 새로운 비효율을 만드는 셈이다. 둘째, 보조금에 의존하는 경영자는 비용절감 유인이 약화되어 X-비효율(X-inefficiency)이 발생한다. 기업이 비용을 부풀려 보고하더라도 정부가 가려내기 어렵고, 보조금이 늘어날수록 도덕적 해이도 커진다. 셋째, 적자보전 보조금은 지속적으로 재정에서 빠져나가는 항목이므로 재정건전성을 위협한다.

1.3 평균비용가격정책(AC=P)

이러한 한계비용가격정책의 결함을 보완하기 위한 대안이 평균비용가격정책이다. 이는 자연독점기업이 가격을 평균비용과 같게 책정하도록 규제하는 방식이다. P=AC가 되면 기업의 총수입과 총비용이 같아져 경제적 이윤이 영(0)이 되고, 정부의 보조금 없이도 기업이 자생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손익분기점(break-even) 가격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평균비용가격정책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부 보조금이 필요 없어 재정 부담이 없고 조세의 추가적 초과부담도 발생하지 않는다. 둘째, 기업이 자체 수입으로 운영되므로 비용절감 유인이 한계비용가격정책에 비해 비교적 강하게 작동한다. 셋째, 가격이 독점가격보다 낮으므로 자중손실의 상당 부분이 제거되어 소비자잉여가 크게 증가한다.

그러나 평균비용가격정책 역시 완전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한계는 P>MC가 여전히 성립한다는 점이다. 가격이 한계비용보다 높아 일부 소비자가 소비를 포기하게 되어 자중손실이 남아 있고, 한계비용가격정책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진다. 둘째, 평균비용 자체를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다. 자연독점기업의 회계상 비용에는 과대보고된 인건비, 비효율적 시설 투자, 부풀려진 감가상각 등이 포함될 수 있어, 기업이 비용을 부풀려 신고하고 가격 인상을 유도할 유인을 갖는다. 셋째, 비용을 절감해도 그 이익이 가격 인하를 통해 소비자에게 이전될 뿐 기업에 귀속되지 않으므로 효율성 제고 유인이 약화된다.

1.4 한계와 보완

두 정책을 종합하면, 이론적 최선은 한계비용가격정책이지만 적자보전 문제로 현실에서는 평균비용가격정책 또는 그 변형이 주로 채택된다. 한국전력공사도 평균비용 원리에 기반을 둔 총괄원가 보상방식으로 전기요금을 산정해 왔다. 최근에는 연료비 연동제, 시간대별 요금, 산업·일반·주택 구분 등이 결합되어 있지만 본질적으로 손익분기에 가까운 가격이 책정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 다음이 제시된다. 첫째, 이부가격제(two-part tariff)는 고정요금과 종량요금을 결합하여 종량요금은 한계비용 수준으로, 고정요금은 평균비용과의 차이를 메우는 방식이다. 우리나라 전기·상하수도 요금의 기본요금-사용량요금 구조가 이를 반영한다. 둘째, 램지 가격제(Ramsey pricing)는 적자를 보지 않으면서 가격왜곡을 최소화하도록 수요탄력성이 낮은 재화에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한다. 셋째, 가격상한제(price cap regulation)는 사전 가격상한 또는 RPI-X 방식의 변화율을 정해 두고 그 범위 내에서 기업이 자율 가격책정함으로써 비용절감 유인을 강하게 부여한다.

2. 공공재의 공공 공급과 효율성

2.1 공공재의 두 가지 본질적 속성

공공재(public goods)는 비경합성(non-rivalry)과 비배제성(non-excludability)이라는 두 가지 본질적 속성을 동시에 갖는 재화이다. 비경합성은 한 사람이 그 재화를 소비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소비 가능량이 줄어들지 않는 성질을 말한다. 예컨대 등대의 불빛은 한 배가 보고 항해해도 다른 배가 같은 불빛을 보는 데 지장이 없으며, 라디오 방송은 한 사람이 청취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청취할 수 있는 신호의 양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비배제성은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사람을 그 재화의 소비에서 배제하기가 기술적으로 곤란하거나 비용이 매우 큰 성질을 말한다. 국방, 깨끗한 공기, 일반 도로 등이 그러하다.

이러한 두 가지 속성을 모두 갖춘 재화를 순수공공재(pure public goods)라 부르고, 한 가지만 충족되는 재화는 준공공재 또는 클럽재·공유재 등으로 구분한다. 사적재(private goods)는 이 두 속성을 모두 결여하여 경합성과 배제성을 동시에 갖는다. 공공경제학에서 정부의 직접 공급이 정당화되는 대표적 영역이 바로 공공재이며, 이는 시장기구가 본질적으로 공공재 공급에 실패하기 때문이다.

2.2 사적 공급의 실패와 무임승차

공공재가 시장에서 효율적으로 공급되지 못하는 근본적 이유는 무임승차(free-riding) 문제 때문이다. 공공재는 비배제성이 있어 대가를 내지 않은 사람도 일단 공급되기만 하면 이를 무상으로 소비할 수 있다. 따라서 합리적 개인은 자신이 굳이 비용을 부담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이 비용을 부담해 공급해 주기를 기대하며, 자신은 그 결과를 공짜로 누리려 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동일하게 행동하면 결국 아무도 비용을 부담하지 않게 되고, 공공재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양보다 훨씬 적게 또는 전혀 공급되지 않는다. 이는 죄수의 딜레마와 유사한 구조의 집합행동 문제이다.

또한 비경합성으로 인해 한 단위를 추가 소비하는 데 드는 한계비용은 영(0)에 가깝다. 효율성 조건은 가격이 한계비용과 같아야 하므로, 공공재의 효율적 가격은 사실상 영(0)이다. 그런데 시장에서 가격이 영(0)이면 기업은 수익을 얻을 수 없어 공급할 유인이 없어진다. 즉, 효율성 가격에서는 사적 공급이 불가능하다. 시장기구가 본질적으로 공공재 공급에 적합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2.3 사무엘슨 조건과 효율적 공급량

사뮤엘슨(P. A. Samuelson)은 1954년 공공재의 효율적 공급 조건을 명료히 정식화하였다. 사적재의 경우 효율성 조건은 각 소비자의 한계대체율(MRS)이 시장의 한계변환율(MRT)과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동일한 한계대체율을 사람마다 가격에 일치시키는 방식으로 자원배분이 이뤄진다. 그러나 공공재는 모든 사람이 동일한 양을 동시에 소비하므로, 동일한 양에 대해 사람마다 한계지불의사가 다르다. 이때 효율성을 달성하려면 각 소비자의 한계대체율을 모두 합한 값이 한계변환율과 같아야 한다.

수식으로 표현하면, n명의 소비자가 있고 공공재 G와 사적재 X에 대해 효율적 공급량은 다음 조건을 만족하는 점에서 결정된다. ΣMRS(G,X) = MRT(G,X). 즉, 모든 소비자의 한계지불의사를 수직 합산한 사회적 한계편익이 공공재 한 단위 추가 공급의 한계비용과 같아지는 수준이다. 이를 사무엘슨 조건(Samuelson condition)이라 부른다. 사적재에서 수요곡선을 수평으로 더해 시장수요곡선을 도출하는 것과 달리, 공공재에서는 개별 수요곡선을 수직으로 더해야 한다는 점이 본질적 차이이다.

문제는 이 조건을 현실에서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각 소비자의 한계지불의사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합리적 소비자는 자신의 진정한 한계지불의사를 솔직히 밝힐 유인이 없다. 자신의 선호를 과장하면 비용 부담은 동일하더라도 더 많은 공공재가 공급될 것이라 기대하고, 반대로 과소표명하면 자신의 비용 분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선호현시(preference revelation)의 문제라고 한다. 클라크-그로브즈 메커니즘 등 이론적 해법이 제시되어 왔지만, 정보비용과 행정비용이 매우 크다는 한계가 있다.

2.4 정부의 공공 공급이 효율성을 높이는 이유

공공재를 정부가 직접 공급하거나 재정으로 조달해 공급하는 것이 효율성 측면에서 정당화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첫째, 무임승차 문제로 인해 시장은 사회적 최적량을 공급하지 못한다. 이를 두고 시장실패가 발생한다고 한다. 정부는 강제력을 갖춘 조세권을 통해 모든 시민으로부터 비용을 분담받을 수 있으므로, 무임승차 유인 자체를 차단할 수 있다. 둘째, 정부는 헌법·법률·예산 결정 과정에서 시민의 선호를 종합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정치적 메커니즘(선거·국회·공청회 등)을 갖추고 있어, 비록 불완전하지만 사무엘슨 조건에 근사한 공급량을 결정할 수 있다. 셋째, 비경합성으로 인해 한계비용이 영(0)에 가까운 공공재는 다수에게 동시에 무상 또는 저가로 공급할 때 사회후생이 극대화된다. 정부의 일괄 공급은 이러한 비경합성의 잠재력을 극대화한다. 넷째, 거대한 고정비용이 드는 공공재(국방, 기초연구, 등대, 도로 등)는 자연독점적 비용구조를 가지기도 하여, 정부 공급이 가장 효율적이다.

물론 정부 공급에도 한계가 있다. 정치과정의 비효율, 관료의 도덕적 해이, 예산극대화 동기, 정보 부족 등으로 인해 실제 공급량은 사무엘슨 조건과 어긋날 수 있다. 이를 정부실패라 부른다. 그러나 시장실패의 크기에 비추어 보면, 적어도 순수공공재의 영역에서는 정부 공급이 시장 공급보다 사회후생을 높일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크다.

우리나라의 사례를 들면, 국방·치안·국가소방체계·기초연구개발·기초의무교육·일반도로·등대·하천·재해예방·기후관측 등은 모두 정부가 일반 조세를 재원으로 공급한다. 코로나19 시기 방역·예방접종은 비배제성·비경합성을 띤 공공보건의 성격이 강하여 정부 주도로 무상 공급되었으며, 이는 사적 공급으로는 도저히 달성할 수 없는 사회적 효율성을 실현한 사례로 평가된다.

3. 탄소배출과 외부불경제, 그리고 유류세의 효율성 효과

3.1 외부효과의 개념과 외부불경제

외부효과(externality)는 한 경제주체의 행위가 시장가격 메커니즘을 거치지 않고 다른 경제주체의 후생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외부효과는 정(+)의 외부효과와 부(-)의 외부효과로 구분되며, 후자를 외부불경제(external diseconomy)라 한다. 공장의 매연, 자동차의 배기가스, 발전소의 이산화탄소 배출, 소음 등 환경오염은 모두 외부불경제의 전형적 사례이다.

외부불경제가 존재하면 시장 자체로는 효율적 자원배분이 이뤄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어떤 재화의 생산·소비가 사회적으로는 비용을 유발하지만, 그 비용이 생산자나 소비자의 의사결정에 반영되지 않으면 사회적 한계비용(SMC)이 사적 한계비용(PMC)보다 커진다. 사적 의사결정자는 자신의 PMC만을 고려하므로 사회적 최적 생산량보다 많이 생산·소비하며, 그 결과 사회적 한계편익(SMB)이 사회적 한계비용보다 작아지는 수준까지 거래가 이뤄진다. 이 과잉생산 영역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이 외부불경제로 인한 자중손실이다.

3.2 탄소배출의 외부불경제 성격

탄소배출은 전형적인 외부불경제이자 전 지구적 외부효과(global externality)의 대표 사례이다. 화석연료를 연소하는 모든 활동, 즉 발전·운송·산업공정·난방·취사 등은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를 대기 중에 방출한다. 이 배출량은 전 지구 기후시스템에 누적되어 평균기온 상승, 극단적 기상현상의 빈도와 강도 증가, 해수면 상승, 생태계 교란, 식량생산 불안정 등 광범위한 피해를 야기한다.

탄소배출이 갖는 외부불경제의 특수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시간적 외부성이 크다. 오늘의 배출은 수십 년에서 수백 년에 걸쳐 누적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현재 세대의 의사결정이 미래 세대에 비용을 전가한다는 세대 간 외부효과 성격을 동시에 갖는다. 둘째, 공간적 외부성이 크다. 한 국가의 배출이 전 지구적 기후변화를 야기하므로, 국지적 환경규제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국제적 공공재(또는 공공악재) 성격을 띤다. 셋째, 비가역성이 크다. 일정 임계점을 넘어선 기후변화는 되돌리기 어렵거나 매우 큰 비용이 든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시장가격 메커니즘은 탄소배출의 사회적 비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휘발유 1리터를 소비할 때 운전자가 지불하는 가격은 정유사·주유소의 생산·유통 비용과 마진을 반영할 뿐, 그 휘발유의 연소가 야기하는 미래의 기후피해를 포함하지 않는다. 그 결과 휘발유 소비량은 사회적 최적 수준보다 많아지고, 외부불경제로 인한 자중손실이 누적된다.

3.3 외부효과 내부화의 방법: 코즈와 피구

외부효과를 시장가격에 반영하여 사회적 최적량으로 자원배분을 유도하는 과정을 외부효과의 내부화(internalization)라 부른다. 대표적인 두 가지 접근법은 코즈 정리(Coase theorem)에 기반한 사적 협상과 피구세(Pigouvian tax)에 기반한 정부 개입이다.

코즈 정리는 거래비용이 없고 재산권이 명확히 설정되어 있으면, 외부효과를 일으키는 당사자와 피해자가 자발적 협상을 통해 효율적 자원배분에 도달할 수 있다는 명제이다. 그러나 탄소배출은 거래비용이 막대하다. 배출 주체가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소비자와 수천만 기업이며, 피해자 또한 전 인류와 미래세대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기에 대한 재산권을 누가 갖는지를 정의하는 일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코즈적 사적 협상 방식은 탄소문제 해결에 매우 제한적인 도구일 뿐이다.

이에 대비되는 접근이 피구세이다. 피구(A. C. Pigou)는 외부불경제가 발생하는 활동에 대해 단위당 사회적 한계피해와 같은 크기의 세금을 부과하면, 사적 한계비용에 외부비용이 더해져 사적 비용곡선이 사회적 비용곡선과 일치하게 되고, 사적 의사결정만으로도 사회적 최적 생산량이 실현된다는 점을 보였다. 탄소세, 환경세 등이 모두 이 원리에 기반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운영하는 탄소배출권 거래제(ETS) 역시 가격이 자유롭게 결정되도록 하되 총배출량을 제약한다는 점에서 피구세와 유사한 효율성 효과를 갖는다.

3.4 유류세의 외부효과 내부화 효과

우리나라는 휘발유·경유·LPG 등 수송용 연료에 대해 교통·에너지·환경세, 개별소비세, 교육세, 주행세, 부가가치세 등 복합적인 세금을 부과한다. 이를 통칭하여 유류세라 한다. 유류세는 본래 도로 건설·유지비용을 회수하기 위한 목적세 성격으로 출발하였으나, 결과적으로 화석연료 소비를 억제하는 외부효과 내부화 기능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

유류세가 효율성에 미치는 영향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효율성 제고 효과이다. 유류세 부과 이전에는 휘발유 가격이 사적 한계비용만 반영하므로 균형 소비량이 사회적 최적량보다 많고, 그만큼 외부불경제로 인한 자중손실이 존재한다. 유류세가 부과되면 휘발유 가격이 상승하여 수요량이 감소하고, 외부비용을 반영한 사회적 한계비용과 한계편익이 가까워지는 방향으로 자원배분이 이루어진다. 이론적으로 단위당 세율을 단위당 사회적 한계피해와 같게 설정하면, 시장 균형이 곧 사회적 최적과 일치하게 되어 외부불경제로 인한 자중손실이 제거된다.

둘째, 정부 세수의 추가 확보 효과이다. 유류세는 단위당 일정 세액을 부과하는 종량세로 운영되므로 휘발유·경유 소비량에 비례한 안정적 세수를 발생시킨다. 이 세수는 도로·대중교통 인프라 확충, 환경개선사업, 친환경 기술 R&D 등에 재투자될 수 있다. 일반 조세와 달리 유류세는 외부불경제를 줄이는 데 기여하면서 동시에 세수를 확보하므로 이중배당(double dividend) 가설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셋째, 행태 변화 유도 효과이다. 유류세로 인해 휘발유·경유 가격이 상승하면 소비자는 연비가 좋은 차량으로의 전환, 대중교통·자전거 이용 증대, 카풀, 재택근무 등의 다양한 행태 변화를 모색한다. 기업 또한 물류 효율화, 친환경 차량 도입, 에너지 절약 투자에 나서게 된다. 즉, 유류세는 가격 신호를 통해 경제 전체의 에너지 효율성을 장기적으로 끌어올리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3.5 유류세의 한계와 보완

유류세에도 한계가 있다. 첫째, 외부비용 측정이 어렵다. 탄소 1톤의 사회적 비용 추정치가 학계와 정책당국 간에 편차를 보인다. 세율이 진정한 외부비용보다 낮으면 효율성이 회복되지 않고, 과도하면 과세에 따른 자중손실이 추가로 발생한다. 둘째, 분배적 형평성 문제이다. 유류세는 종량세이므로 소득에 대한 비율로 보면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많은 부담을 지는 역진성이 있다. 셋째, 단기적 가격탄력성의 한계이다. 단기적으로는 자동차·난방 설비를 쉽게 바꿀 수 없어 가격 인상에도 소비 감소폭이 작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저소득층에 대한 환급, 대중교통 보조, 친환경차 보조금, 탄소중립 기술 R&D 투자, 탄소배출권 거래제와의 결합이 병행된다. 우리나라는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하고 그린뉴딜, 에너지 전환, 친환경차 보급 등 종합 패키지를 추진하고 있으며, 유류세는 가격신호가 분명한 정책수단으로 기능한다. 국제유가 급등기에는 한시적 인하조치를 시행하기도 하는데, 이는 단기 물가 안정과 외부효과 내부화 목표 사이의 정책적 절충 사례이다.

결론

이상에서 자연독점, 공공재, 외부불경제라는 세 가지 시장실패 영역과 그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살펴보았다. 자연독점의 경우 한계비용가격정책은 효율성을 극대화하지만 적자 보전이라는 본질적 문제를, 평균비용가격정책은 적자 문제는 없지만 효율성을 완벽히 달성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갖는다. 현실의 자연독점 규제는 이부가격제, 램지 가격, 가격상한제 등 두 정책의 절충을 통해 진화하고 있다. 공공재의 경우 비경합성·비배제성이라는 본질적 속성과 무임승차 유인 때문에 시장 공급이 본원적으로 실패하므로, 사무엘슨 조건에 근사한 사회적 최적량을 정부가 조세 재원으로 공급하는 것이 효율성 측면에서 정당화된다. 외부불경제의 경우 사적 협상은 거래비용 때문에 제한적이며, 피구세적 접근으로서 유류세·탄소세·배출권거래제가 외부효과 내부화의 유효한 수단이 된다. 다만 외부비용의 정확한 측정, 분배적 형평성, 단기 가격탄력성의 한계 등을 함께 고려한 정책패키지가 요구된다. 결국 공공경제학은 자유로운 시장의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그 한계를 직시하고, 정부 개입이 사회후생을 어떻게 높일 수 있는지를 엄밀히 분석함으로써 균형 잡힌 정책 설계의 토대를 제공한다. 우리나라가 직면한 전력요금 합리화, 공공서비스 공급, 탄소중립 전환의 과제 모두가 이러한 공공경제학적 사고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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