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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대학교

국제인도법의 규범체계와 현대 무력분쟁에서의 적용 — 우크라이나·가자 사례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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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보고서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3학년 교과 「국제인권법」 기말결시 추가과제물로 작성되었다. 무력분쟁이 일상화된 21세기 국제질서 속에서 국제인도법(International Humanitarian Law, IHL)이 어떤 규범적 토대 위에서 인간 존엄과 민간인 보호를 도모하는지 살피고, 최근 무력분쟁 사례에 그 원칙을 적용·평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목차

  • I. 서론 — 무력분쟁과 인간 존엄
  • II. 국제인도법의 목적·성격·기본원칙
    1. 국제인도법의 개념과 목적
    2. 규범체계 — 제네바법과 헤이그법
    3. 핵심 기본원칙 — 구별·비례성·예방조치·불필요한 고통 금지
  • III. 최근 국제 무력분쟁 사례와 국제인도법 쟁점
    1. 러시아–우크라이나 무력충돌 (부차·마리우폴)
    2. 이스라엘–하마스 가자 무력충돌 (병원·학교 공습)
  • IV. 위반 여부 검토 및 종합 평가
  • V. 결론 — 규범의 실효성을 위한 과제

I. 서론 — 무력분쟁과 인간 존엄

전쟁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사회현상의 하나이며, 동시에 가장 광범위한 인권침해를 수반하는 폭력적 상황이다. 그러나 “전쟁이 있다고 하여 법이 침묵하지는 않는다(inter arma silent leges)”라는 고대 격언과 달리, 현대 국제법은 무력분쟁 상황에서도 인간의 존엄을 보호하기 위한 규범체계를 정교하게 발전시켜 왔다. 이 규범체계가 바로 국제인도법(jus in bello)이다.[^1]

국제인도법은 무력분쟁 자체의 합법성을 다루는 전쟁개시법(jus ad bellum)과 구분된다. 즉 어떤 국가가 정당한 사유로 무력을 사용하든 침략적 동기에서 무력을 사용하든, 일단 분쟁이 발생한 이상 모든 당사자는 동등하게 국제인도법의 구속을 받는다. 이러한 ‘분쟁개시 사유와 무관한 적용 원칙(principle of equal application)’은 국제인도법이 정치적·도덕적 정당성 판단을 넘어 보편적 인도주의에 뿌리내리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2]

본 보고서는 먼저 국제인도법의 목적·성격과 그 기본원칙을 조약상 근거와 함께 정리한 뒤, 2022년 이후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무력충돌과 2023년 10월 이후 격화된 이스라엘–하마스 가자 무력충돌이라는 두 사례를 통해 현대 분쟁에서 국제인도법이 어떻게 시험대에 오르고 있는지 검토한다.

II. 국제인도법의 목적·성격·기본원칙

1. 국제인도법의 개념과 목적

국제인도법은 무력분쟁 상황에서 적대행위에 가담하지 않거나 더 이상 가담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호하고, 사용 가능한 전투수단과 방법을 제한함으로써 무력충돌의 인도적 결과를 완화하는 국제법 분야이다.[^3]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국제인도법을 “인도적 이유로 무력분쟁의 영향을 제한하려는 일련의 규칙”으로 정의하면서, 그 핵심을 ‘적대행위에 가담하지 않는 자의 보호’와 ‘전투수단·방법의 제한’이라는 두 축으로 요약한다.

국제인도법은 ‘인도주의(humanity)’와 ‘군사적 필요(military necessity)’라는 상반된 두 가치의 균형 위에서 형성된 규범이다. 즉 일정 한도의 군사력 사용을 허용하되, 그 결과가 군사적 이익과 비례하지 않거나 불필요한 고통을 가하는 경우에는 그것을 금지함으로써 ‘전쟁 안에서의 인간성’을 지키려 한다.

2. 규범체계 — 제네바법과 헤이그법

국제인도법의 규범체계는 전통적으로 ‘제네바법(Geneva Law)’과 ‘헤이그법(Hague Law)’의 두 축으로 구성된다고 설명된다. 제네바법은 전투원·민간인 등 분쟁의 희생자 보호에 관한 규범체계이며, 헤이그법은 전투수단과 방법의 제한, 즉 적대행위 수행 자체의 규제에 관한 규범체계이다.[^4] 1977년 두 개의 추가의정서(Additional Protocols)가 채택되면서 양자는 사실상 통합된 규범체계로 진화하였다.

핵심 조약은 다음과 같다.

  • 1949년 제네바 4개 협약: 제1협약(육전 부상자·병자의 상태 개선), 제2협약(해상 부상자·병자·조난자의 상태 개선), 제3협약(포로의 대우), 제4협약(전시 민간인의 보호). 4개 협약 모두 196개국 이상이 당사국으로 가입한 보편적 조약이다.[^5]
  • 1977년 추가의정서 제I·II의정서: 제I의정서는 국제적 무력충돌에서의 희생자 보호, 제II의정서는 비국제적 무력충돌에서의 희생자 보호를 다룬다.
  • 공통 제3조: 4개 협약에 공통적으로 규정된 조항으로, 비국제적 무력충돌에 적용되는 ‘최소한의 인도주의 기준’을 정한다. ICJ가 ‘기초적 인도원칙의 표명’으로 인정하였다.[^6]
  • 국제형사재판소(ICC) 로마규정: 1998년 채택, 2002년 발효. 제8조에서 ‘전쟁범죄’를 제네바협약의 중대한 위반과 무력충돌법의 중대한 위반으로 정의한다.[^7]
  • 무기관련 협약: 1980년 특정재래식무기협약(CCW), 1997년 대인지뢰금지협약(오타와협약), 2008년 확산탄협약(오슬로협약) 등.

3. 핵심 기본원칙 — 구별·비례성·예방조치·불필요한 고통 금지

(1) 구별의 원칙 (Principle of Distinction)

가장 근본적인 원칙으로, 무력분쟁 당사자는 전투원과 민간인, 군사목표물과 민간물자를 항상 구별하여야 한다. 추가의정서 제I의정서 제48조는 “충돌당사국은 민간인주민과 민간물자에 대한 존중·보호를 보장하기 위하여 언제든지 민간인주민과 전투원, 그리고 민간물자와 군사목표물 사이를 구별하여야 하며, 따라서 군사목표물에 대해서만 그 작전을 수행한다”라고 명시한다.[^8] 같은 의정서 제51조 제2항은 “민간인주민 그 자체뿐만 아니라 민간인 개개인도 공격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민간인에 대한 직접공격을 절대적으로 금지한다.

또한 같은 조 제4항은 ‘무차별 공격(indiscriminate attack)’을 금지한다. 무차별 공격이란 ① 특정 군사목표물을 지향하지 않거나, ② 특정 군사목표물에 지향될 수 없는 전투방법·수단을 사용하거나, ③ 그 효과가 의정서의 요구에 따라 제한될 수 없는 공격을 의미한다.

(2) 비례성 원칙 (Principle of Proportionality)

비례성 원칙은 군사목표물에 대한 공격이 허용되더라도, 그로 인해 예상되는 민간인 사상이나 민간물자 손상의 부수적 효과가 ‘예상되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군사적 이익’에 비해 과도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추가의정서 제I의정서 제51조 제5항(b)와 제57조 제2항(a)(iii)에 명시되어 있다.[^9] 즉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가 완전한 면책사유가 아니며, ‘과도(excessive)’ 여부에 대한 사전적·합리적 판단이 요구된다.

(3) 예방조치 원칙 (Precaution in Attack)

추가의정서 제I의정서 제57조는 ‘공격 시 예방조치’를 규정한다. 군사작전을 수행할 때 민간인 주민과 민간물자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지속적 주의(constant care)’를 기울여야 하며, 표적이 군사목표물임을 확인하고, 공격수단·방법 선택 시 부수적 민간 피해를 최소화하며, 부수적 피해가 군사적 이익에 비해 과도할 것으로 예상되면 공격을 ‘중지(cancel)’ 또는 ‘연기(suspend)’해야 한다.[^10]

(4) 불필요한 고통 금지 원칙 (Prohibition of Unnecessary Suffering)

전투수단·방법은 무한정 허용되지 않는다. 1907년 헤이그 제IV협약 부속 육전규칙 제23조(e)와 추가의정서 제I의정서 제35조 제2항은 “불필요한 고통이나 과도한 상해를 야기하는 성질의 무기·발사체 및 물자, 전투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금지된다”라고 규정한다.[^11] 이 원칙은 대인지뢰·확산탄·실명유발 레이저 무기 등의 금지 또는 제한의 규범적 토대가 된다.

(5) 인도성 원칙과 마르텐스 조항

이 외에도 적대행위에 가담하지 않는 자에 대한 인도적 대우 원칙, 종교·인종·국적·정치적 견해 등에 따른 차별 금지, 그리고 명문 규정이 없더라도 ‘인도의 원칙과 공공양심의 명령(dictates of public conscience)’이 보호를 제공한다는 마르텐스 조항(Martens Clause)이 자리한다. 마르텐스 조항은 1899년 헤이그 협약 전문에 처음 도입되어 1977년 추가의정서 제I의정서 제1조 제2항에 재확인되었다.[^12]

III. 최근 국제 무력분쟁 사례와 국제인도법 쟁점

1. 러시아–우크라이나 무력충돌 — 부차와 마리우폴

(1) 사실관계

2022년 2월 24일 러시아 연방군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적 군사작전을 개시하였다. 분쟁 초기부터 키이우 주변의 부차(Bucha), 동남부 항만도시 마리우폴(Mariupol) 등에서 광범위한 민간 피해가 보고되었다.

  • 부차 학살: 2022년 3월 말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철수 이후 부차를 탈환한 직후, 도로와 정원·지하실에서 손이 결박된 채 처형된 것으로 보이는 수백 구의 민간인 시신이 발견되었다. UN 인권감시단과 다수 국제기구는 고문·즉결처형 등 ‘공통 제3조’ 위반이 의심되는 정황을 보고하였다.[^13]
  • 마리우폴 포위전: 2022년 3월 1~2일 마리우폴 주거지역에 대한 약 15시간의 포격, 3월 9일 마리우폴 산부인과·아동병원 공습, 3월 16일 약 1,300명이 피란해 있던 드라마극장(외벽에 러시아어로 ‘ДЕТИ(아동)’이 표시) 폭격이 잇따랐다. 시 당국은 약 2만 1천 명에 이르는 민간인 사망자를 보고하였다.[^14]

(2) 국제인도법 쟁점

첫째, 구별의 원칙 위반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산부인과 병원·드라마극장·주거밀집지역에 대한 공격은 그 자체로 민간 시설이며, 군사목표물로 전환되었음을 입증하는 책임은 공격국 측에 있다. 둘째, 무차별 공격 금지 위반이 문제된다. 다탄두로켓·확산탄 등 효과를 특정 군사목표에 한정할 수 없는 무기를 인구밀집 지역에서 사용한 행위는 추가의정서 제51조 제4항 위반의 강한 정황을 보인다. 셋째, 공통 제3조 및 제3협약 위반 — 부차에서의 즉결처형은 적대행위에 가담하지 않는 자(또는 무기를 내려놓은 전투원)에 대한 살해를 금지하는 공통 제3조 및 ‘잔혹·비인도적 대우, 인격존엄 침해’ 금지 조항에 정면으로 반한다.

(3) 국제적 대응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찰부는 2022년 3월 수사를 개시하였고, 2023년 3월 17일 ICC 사전심리부는 ‘아동의 불법 이주’ 혐의로 러시아 대통령 등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였다. 이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없이 당사국 회부에 따라 개시된 수사로, ICC 관할권 행사의 중요한 선례를 형성하였다.[^15] 다만 러시아가 로마규정 당사국이 아니라는 점, 안보리 차원의 강제집행이 제약된다는 점에서 실효적 처벌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2. 이스라엘–하마스 가자 무력충돌 — 병원·학교 공습

(1) 사실관계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 민간 거주지·음악축제 현장을 공격하여 약 1,200명이 사망하고 240여 명이 인질로 끌려갔다. 이스라엘은 곧바로 가자지구에 대한 대규모 공중·지상 작전을 개시하였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에 따르면 2024년 중반까지 사망자는 약 3만 7천 명을 넘었고, 이 가운데 어린이·여성이 다수를 차지한다고 보고되었다.[^16] 2024년 8월 10일 가자시 다라즈 지구의 알 타비인 학교(피란민 대피소로 사용 중)에 대한 공습으로 약 100여 명이 사망하였으며, 사상자의 절반 이상이 아동·노인이라는 외신 보도가 이어졌다.[^17] 또한 알 시파(Al Shifa) 병원 등 가자지구 주요 의료시설에 대한 공습·포위가 반복되었다.

(2) 국제인도법 쟁점

첫째, 하마스 측의 행위는 민간 거주지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 민간인 인질행위(추가의정서 제I의정서 제75조 제2항(c)·공통 제3조의 절대적 금지), 강간 등 성폭력 의혹을 포함하여 다수의 ‘중대한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도시 인구밀집 지역에서 군사작전을 수행하면서 민간인을 ‘인간방패(human shield)’로 사용하는 행위는 추가의정서 제I의정서 제51조 제7항이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위법행위이다.

둘째, 이스라엘 측의 행위는 군사목표 식별·비례성·예방조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였는지에 관한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의료시설은 제4협약 제18조와 추가의정서 제I의정서 제12조에 따라 특별한 보호를 받으며, 학교·예배소 등도 민간물자로서 원칙적 면책 대상이다. 보호 상실 사유(군사적 이용 등)는 엄격히 해석되며, 보호 종료 전에는 ‘적절한 시간 한도를 정한 경고’가 선행되어야 한다(제4협약 제19조). 따라서 ‘하마스가 시설을 군사적으로 이용하였다’는 주장은 ① 군사적 이용 사실의 명확한 입증, ② 적정 경고 절차, ③ 그럼에도 공격이 비례적이라는 사전 평가의 모든 요건을 충족해야 정당화될 수 있다.

셋째, 봉쇄와 인도적 접근의 문제이다. 제4협약 제23조와 추가의정서 제I의정서 제70조는 민간인 생존에 불가결한 인도적 구호품의 자유로운 통과를 보장한다. 식량·의약품·연료의 차단을 통한 봉쇄가 굶주림을 전투수단으로 사용하는 결과를 낳는다면 추가의정서 제I의정서 제54조 ‘민간인 주민의 생존에 불가결한 물자에 대한 공격 금지’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3) 국제적 대응

남아프리카공화국은 2023년 12월 국제사법재판소(ICJ)에 1948년 집단살해방지협약 위반을 이유로 이스라엘을 제소하였고, ICJ는 2024년 1월 26일 임시조치 명령에서 “집단살해를 방지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을 명령하였다.[^18] 같은 해 5월 ICC 검찰부는 이스라엘 총리 및 국방장관, 하마스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를 공식 발표하였고, 2024년 11월 사전심리부가 일부 영장을 발부하였다.

IV. 위반 여부 검토 및 종합 평가

위 두 사례를 국제인도법의 기본원칙에 비추어 평가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른다.

첫째, 러시아–우크라이나 사례에서는 부차에서의 민간인 즉결처형·고문, 마리우폴 산부인과·드라마극장 공습 등 일련의 행위가 객관적 정황과 다수 독립적 조사기구의 보고를 통해 확인된 한, 구별의 원칙·무차별 공격 금지·공통 제3조에 대한 ‘중대한 위반(grave breach)’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ДЕТИ’ 표지가 분명히 게시된 시설에 대한 공습은 예방조치 의무 위반 여부도 함께 추궁된다.

둘째, 이스라엘–하마스 사례는 ‘쌍방의 책임(mutual responsibility)’을 정확히 분리해 평가해야 한다. 하마스의 민간인 학살·인질행위·인간방패 사용은 그 자체로 명백한 국제인도법 위반에 해당한다. 동시에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작전이 “민간인 피해 최소화 의무, 의료시설·학교 보호 의무, 인도적 구호 보장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는지에 대해서는 ICJ·ICC·UN 진상조사위원회의 절차를 통해 사실관계의 정밀한 규명이 진행 중이다. 어느 한 측의 위반이 다른 측의 위반을 정당화하지 못한다는 ‘상호주의 부정(non-reciprocity)’ 원칙(공통 제1조의 ‘모든 상황에서 존중·존중확보 의무’)이 분명하다는 점도 강조되어야 한다.[^19]

셋째, 두 사례 모두 국제인도법의 실효성 문제를 동시에 드러낸다. 강제이행 구조가 본질적으로 약한 국제법의 한계 위에서, ICC 체포영장의 집행 불능, 비당사국·강대국의 관할 회피,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 등이 누적되면서 ‘조약 텍스트와 실제 현실의 괴리’가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ICJ 임시조치, ICC 영장 발부, 국제독립조사위원회(COI) 보고서 발간, 보편관할권에 기초한 국내법원의 기소 시도 등은 국제인도법이 실효성을 회복해 가는 흐름의 일부이기도 하다.

V. 결론 — 규범의 실효성을 위한 과제

국제인도법은 “전쟁은 일어날 수 있되, 그 안에서도 인간성은 지켜져야 한다”는 인류의 오랜 합의 위에 서 있다. 제네바 4개 협약과 두 의정서, 헤이그 규칙, 로마규정으로 이어지는 규범체계는 매우 정교하나, 21세기의 도시전(urban warfare)·하이브리드 전쟁·정밀유도무기 시대에 다음 과제를 안고 있다.

첫째, 도시 인구밀집 지역에서의 폭발무기(EWIPA) 사용 규율의 강화이다. 2022년 11월 채택된 ‘민간인 거주지역에서의 폭발무기 사용으로 인한 피해 방지 정치선언’이 그 시도이며, 구별·비례성 원칙의 구체적 운용기준 정립이 시급하다.

둘째, 인도적 접근권 보장의 실효성 확보이다. 식량·의약품 봉쇄가 ‘굶주림을 전투수단으로 삼는’ 결과를 낳지 않도록 인도적 통과·구호 분배의 강제력 있는 메커니즘이 요구된다.

셋째, 책임추궁의 메커니즘 강화이다. ICC 관할권의 보편화, 보편관할권 입법의 확산, 피해자 배상 제도 정비가 병행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도 2007년 「국제형사재판소 관할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전쟁범죄 등을 처벌하고 있는바, 국내적 이행 입법의 충실한 운용 또한 국제인도법 실효성의 한 축을 이룬다.

전쟁의 비극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는 인류가 그 비극의 깊이를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합의한 최소한의 약속이 국제인도법이다. 우크라이나의 부차와 마리우폴, 가자의 학교와 병원에서 일어난 비극은, 그 약속을 더 정밀하게 다듬고 더 단호하게 집행할 것을 우리에게 요구한다. 인간 존엄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신념이 결국 이 규범체계의 가장 본질적인 동력이라는 점을, 본 사례 검토를 통해 거듭 확인할 수 있다.


[^1]: 정인섭, 『신국제법강의 — 이론과 사례』, 박영사, 최근판, 국제인도법 장 서설 참조.

[^2]: 1949년 8월 12일자 제네바 4개 협약 공통 제2조 및 추가의정서 제I의정서 전문은 “분쟁의 원인이나 분쟁당사국이 주장하는 이유에 관계없이” 협약이 적용됨을 명시한다. 국가법령정보센터, ‘1949년 8월 12일자 제네바협약에 대한 추가 및 국제적 무력충돌의 희생자 보호에 관한 의정서(제1의정서)’ 참조.

[^3]: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한국대표부, “국제인도법(IHL) 소개”, https://kr.icrc.org/ihl/introduction/.

[^4]: 스위스 연방외교부, 『알기 쉬운 국제인도법(ABC of International Humanitarian Law)』 한국어판, 제네바법·헤이그법 항목.

[^5]: 1949년 「전시에 있어서의 민간인의 보호에 관한 제네바 협약(제4협약)」 본문, 국가법령정보센터 조약 자료.

[^6]: ICJ, 1986년 ‘Nicaragua v. United States’ 본안판결 218항은 공통 제3조를 ‘기초적 인도원칙(elementary considerations of humanity)’의 표현으로 인정하였다.

[^7]: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2000년 발효, 우리나라 2003년 가입) 제8조 제2항 (a)·(b)·(c)·(e). 국가인권위원회 국제인권규범자료 참조.

[^8]: 「제1추가의정서」 제48조(기본원칙) — 국가법령정보센터 공식 한국어본.

[^9]: 「제1추가의정서」 제51조 제5항 (b) 및 제57조 제2항 (a)(iii). 비례성 위반 공격의 정의.

[^10]: 「제1추가의정서」 제57조(공격 시 예방조치) 제1~3항.

[^11]: 1907년 헤이그 제IV협약 부속 육전규칙 제23조 (e) 및 「제1추가의정서」 제35조 제2항.

[^12]: 1899년 헤이그 협약 전문(마르텐스 조항) 및 「제1추가의정서」 제1조 제2항 — “민간인주민과 전투원은 의정서의 보호하에 놓이지 않는 경우에도 확립된 관습, 인도의 원칙 및 공공양심의 명령에서 유래하는 국제법 원칙의 보호와 권위하에 있다.”

[^13]: UN Independent International Commission of Inquiry on Ukraine, ‘Report on Bucha and Other Areas of Kyiv Region’, 2022~2023년 보고서. 위키백과 한국어판, ‘부차 학살’ 항목 사실관계 요약 참조.

[^14]: 위키백과 한국어판, ‘마리우폴 포위전’ 항목; 국제앰네스티 2022년 보고서 ‘러시아군의 무차별 공격’.

[^15]: ICC Press Release, ‘Situation in Ukraine: ICC judges issue arrest warrants’, 17 March 2023. 아산정책연구원, ‘러시아–우크라이나 무력충돌의 국제법적 함의’, 2022.

[^16]: WHO 및 OCHA 가자지구 인도주의 상황 보고서; 국경없는의사회 한국, ‘가자지구 위기 — 식량과 식수가 끊긴 곳’.

[^17]: MBC 뉴스데스크, 2024년 8월 10일자, “이스라엘, 난민 머물던 가자지구 학교 공격… 최소 100명 이상 사망”.

[^18]: ICJ, ‘Application of the Convention on the Prevention and Punishment of the Crime of Genocide in the Gaza Strip (South Africa v. Israel)’, Order of 26 January 2024.

[^19]: 1949년 제네바 4개 협약 공통 제1조 — “체약국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이 협약을 존중하며, 또한 이 협약의 존중을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 이는 상호주의를 부정하는 절대적 의무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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